의료단체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로 규정됐던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연합(진보의련)'에 대해 대법원이 이적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진보의련을 결성해 사상학습을 한 혐의 등으로 2002년 1월 불구속 기소된 J대 의대 이모(43) 교수와 경기도 내 보건소 전 소장 권모(46)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이 단체는 1995년 결성됐다 2001년 활동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1, 2심 재판부는 우리나라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규정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 `계급관계의 전복', `부르주아 국가기구 파괴', `노동자의 항쟁, 폭동' 등을 언급한 강령ㆍ노선 등에 근거해 이적단체로 규정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보의련의 주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무장봉기ㆍ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직접 언급하거나 의회ㆍ선거ㆍ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고 계획경제를 주장하는 등 국가의 존립ㆍ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부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ㆍ고무하거나 국가의 변란을 선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적단체를 규정할 때에는 죄형법정주의라는 기본정신에 비춰 구성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하며 강령, 노선, 활동의 전체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동기, 외부 관련 사상, 당시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8¤2000년 민주당 보건전문위원으로 의약분업 정책을 주도했으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자문교수단의 일원으로 보건의료 정책ㆍ공약을 만드는데 참여했고 대통령직 인수위 분과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었다.
1심 재판부는 "진보의련이 우리 사회를 `소수의 자본가가 절대 다수의 노동자를 지배, 착취하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규정하고 자본주의 철폐와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추구해 온 만큼 국가 변란을 선전ㆍ선동하는 이적단체로 판단된다"고 규정했으며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었다.
이 교수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권 전 소장은 1, 2심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