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퇴출 후보로 선별한 공무원 102명 중에는 근무시간에 술주정하거나, 업무는 팽개친 채 개인 공부만 하는 등 공복(公僕)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았다. 전남 나주에서는 한 달에 서너 번만 출근하고도 300만 원 가까이 되는 월급을 3년간 챙겨 온 시청 직원 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런 공무원이 있다니 기가 막힌다.
전체 공직사회를 욕되게 하고 국민의 세금을 축낸 이런 공무원들이 잘리지 않고 자리를 보전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상급자나 감사부서는 대체 뭘 했는가. 나주의 경우 동료 직원이 상급자에게 인사 조치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통속이나 다름없다. 이들을 방치한 간부나 기관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일삼는 공무원이 양산되는 건 불요불급한 공무원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또한 민간부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철저한 신분보장, 잘못을 보고도 눈감아 주는 빗나간 동료의식과 온정주의 탓이다. 무능하고 태만한 공무원을 징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모범적인 고용주여야 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공무원들을 내내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게 좋은 정부는 아니다”고 했다. “정부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공무원을 4만 명 넘게 늘렸다. 입만 열면 관료사회의 혁신운동을 칭찬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처럼 안이했기에 이런 부적격 공무원들이 나온 것이다. 그나마도 울산발(發) ‘무능 공무원 퇴출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철밥통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무능, 부패 공무원은 ‘큰 정부’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기생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지방, 중앙 정부를 가리지 말고 공무원 상시 퇴출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수만 마디의 공허한 ‘혁신’ 구호보다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