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이 5일 오전 국회 대표실 앞에서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 결과에 반발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재섭 대표(오른쪽)가 다른 곳을 쳐다보며 그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각 당이 4·25 재·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번 4·25 재·보선은 국회의원 3곳(대전 서을, 경기 화성, 전남 무안-신안)과 서울 양천, 경기 동두천 등 기초단체장 6곳, 서울 송파 4선거구 등 광역의원 9곳, 기초의원 37곳 등 55개 선거구에서 실시된다.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은 5일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사무처 출신 인사가 탈락한 것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정당 사무처 직원들이 파업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 사무처 노조는 이날 최고위원회가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을 공천하자 국회 대표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8일까지 대표실에서 계속 농성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남경필 경기도당 위원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달 말 입당한 후보를 선택한 것은 전형적인 밀실 공천”이라며 “23년간 당 사무처에서 근무한 박보환 국회 재정경제 수석전문위원을 헌신짝 버리듯 배신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위원은 1위, 고 회장은 4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회장은 중졸 학력으로 600억 원대 재산을 모은 자수성가한 사업가. 그는 자신이 후원한 경기도당 위원장인 남 의원의 추천으로 지난달 26일 입당해 공천을 신청했다. 사무처 직원들은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생각에 당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돈 많은 사람을 공천하니까 ‘부자당’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대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는 공천의 중요한 기준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고 회장이 성공 신화를 만든 인물인 점과 박 위원은 화성이 아닌 경북 출신이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또 “공천 결과는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
남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재섭 대표가 ‘범여권에서 인지도 높은 후보가 나올 것에 대비해 기존 공천 신청자 이외에 경쟁력 있는 다른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해 고 회장을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강 대표의 경북고 8년 후배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는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로 오경훈 양천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경북 봉화군수 후보로 김동태 봉화축구협회장을 올렸지만 최고위원회가 반대해 공천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공심위를 열고 막바지 후보 선정 작업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전날까지 광주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후보 4명만 정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선거구 3곳 중 경기 화성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로는 박광직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던 대전 서을에도 독자 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무안-신안 지역에 전략 공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처지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박상천 대표는 “당의 공신력도 있기 때문에 당내 의견과 현지 여론 등을 참작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홍업 씨의 공천 번복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11일 후보자 등록 전의 여론조사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