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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1·21사태 39년 만에 시민 품으로

입력 | 2007-04-06 02:50:00

북악산 39년 만에 활짝 열렸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백악산·사적 및 명승 10호)이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침투한 ‘1·21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 지 39년 만에 5일 문을 활짝 열었다. 개방 구간은 창의문, 백악마루, 숙정문, 와룡공원에 이르는 북악산 서울 성곽 전 구간(4.3km)이다. 청운대 부근에서 바라본 서울 성곽 모습.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백악산·사적 및 명승 10호)이 그 문을 활짝 열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침투한 1·21청와대습격사건 이후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 지 39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5일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유홍준 문화재청장,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악산 전면 개방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개방 범위는 창의문(彰義門)에서 백악마루, 숙정문(肅靖門)을 거쳐 와룡공원에 이르는 북악산 서울 성곽 전 구간(4.3km). 문화재청은 이 중 홍련사에서 숙정문, 촛대바위에 이르는 1.1km 구간을 지난해 4월 우선 개방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북악산을 서울 시민의 뜰로 가꿔 나가는 것이 앞으로 과제”라며 “북악산을 잘 가꾸면 200∼300년 뒤에는 엄청난 문화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북악산 개방으로 서울시의 녹지 비율이 5.6%에서 26% 수준으로 뛰어 세계 대도시 중 두 번째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방 구간 직접 올라 보니=이날 탐방객을 처음 맞이한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으로 서울 성곽의 문루다. 사람들에겐 자하문(紫霞門)이라는 별칭으로 더 익숙하다. 숙정문은 서울 성곽의 북대문으로 남대문인 숭례문(崇禮門)과 대비되는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지녔다. 성곽을 따라 오르며 성벽 축조 시기(태조-세종-숙종)에 따라 다른 축조방식과 돌의 크기를 직접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성곽 탐방로를 따라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만발했다. 북악산 일대에서 자라는 식물은 208종. 팥배나무와 산벚나무, 철쭉, 쥐똥나무 등이 잘 보존돼 있다. 문화재청은 종마다 안내판을 달았다. 목재문화재 연구가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직접 쓴 ‘쉽고 재미있는’ 설명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물푸레나무에 대한 안내판 설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물을 푸르게 한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북악산 정상에 오른 시민들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자 연방 탄성을 질렀다. 종묘 궁궐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고문준 씨는 “고교 시절 이후 47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낙산으로 이어지는 옛 서울의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살아 있는 역사교육 현장”이라고 말했다.

▽탐방은 어떻게?=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단체탐방만 가능하다. 숙정문과 와룡공원, 창의문 3곳에서 출발하며 1회 탐방 인원은 총 300여 명으로 제한된다. 앞으로 문화재청은 완전 자유 개방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람 신청은 출발지에서 선착순으로 하거나 문화재청(www.ocp.go.kr)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www.fpcp.or.kr)에서 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월요일 휴무. 문의 02-730-9924∼5(창의문 쉼터), 02-747-2152∼3(홍련사 쉼터), 02-730-2152∼3(말바위 쉼터)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