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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북핵 초기조치 시한 연장 가능성”

입력 | 2007-04-06 02:51:00


■ 북핵 2·13합의 진척 없자 美정가 술렁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13합의 1단계 이행조치 마감시한(13일)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동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이 5일 전했다.

소식통들은 “재무부의 도널드 글레이저 차관보 등이 베이징(北京)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 반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송금되는 자금을 받아주겠다고 나서는 은행이 없으며 북한은 현금으로 돈을 수령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이 현금 수령을 거부하는 것은 외국 은행으로 자금이 송금되어야만 국제금융거래가 재개되는 상징적 효과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결국 북한이 1단계 이행 조치 시한을 지키지 않아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를 기술적 문제 때문에 늦어진 것으로 간주해 별문제 삼지 않거나, 아예 관계국들과 협의해 시한을 연장해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2·13합의 이행이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도 부시 행정부가 8일로 예정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방북단에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포함시킨 것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리처드슨 주지사의 개인적 방북이라면서도 방북 사실을 백악관이 공식 발표하고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백악관 보좌관을 방북단의 끄트머리에 슬그머니 포함시키는 등 워싱턴포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민주 공화 모두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해하는 상황(bipartisan head-scratching)’이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민주당에선 “백악관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시리아 방문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북한에 가는 민주당 소속 리처드슨 주지사에겐 힘을 실어 준다”며 부시 행정부가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일관된 잣대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미 행정부 내에도 2·13합의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행정부 인사의 방북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가능한 모든 모멘텀(추진력)을 살리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은 지난해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북한 측은 그동안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리처드슨 주지사와 긴밀히 협의해 왔다.

그는 한국 정부에도 방북에 관한 도움말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며 오랜 친분을 쌓아 온 이태식 주미 대사가 뉴멕시코 주까지 가서 오찬을 함께하며 북핵 문제 현황을 브리핑했다. 그러나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특별한 대북 메시지 전달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과 리처드슨 주지사가 이번 방북의 목적을 미군 유해 송환으로 정한 것에 주목해 “북-미 간 화해무드를 타고 유해 발굴이 재개되면 미국 측의 현금이 다시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며 “이는 국제금융계에 북한과 거래를 재개해도 좋다는 미국 측의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북한이 유해 송환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北 핵시설 폐쇄 관계없이 쌀 지원”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됐던 북한 돈의 대북(對北) 송금이 지연돼 6자회담 2·13합의의 초기 조치 이행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에 쌀 40만 t을 예정대로 지원키로 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남북관계 동력이 상실되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18∼21일)를 예정대로 열 것”이라며 “이 회담에서 북한에 쌀을 예정대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혀 범정부 차원의 안보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쌀 지원 방침이 결정됐음을 시사했다.

이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13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한 대북 지원을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원칙이고 대전제”라고 말한 것과는 다른 발언이다.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비록 BDA은행 문제의 해결이 늦어져 2·13합의로부터 60일 이내에 하기로 돼 있는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초기 조치의 이행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다소 시일이 늦어지더라도 결국 합의는 이행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경추위에서 쌀 지원에 합의한다 해도 도정작업 및 배를 빌리는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5월 말이나 6월이 돼야 쌀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까지는 BDA은행 문제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신 차관은 1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8차 남북 적십자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이산가족 문제를 중점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북측이 ‘납남자(拉南者) 문제’와 비전향장기수 추가송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이 사람들이 북에 가게 됐고 북측 사람들이 남측에 있는지를 따지지 말고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고 말해 북송을 원하는 비전향장기수가 있을 경우 2차 송환을 실시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