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도 욕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남에게 줄 때 지켜야할 예절이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주는 행위는 선행이 아니다. 맹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한 그릇의 밥이나 한 그릇의 국을 얻으면 살 수 있고, 그것을 얻지 못하면 죽을지라도, 주는 사람이 욕설을 하면서 주면 길을 가던 배고픈 사람도 이것을 받지 않으며, 발로 차서 주면 걸인도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여기서 나온 말이 ‘乞人不屑(걸인불설)’이다. ‘乞’은 ‘빌어먹다, 구하다’라는 뜻이다. ‘求乞(구걸)’은 ‘얻고 빌어먹다’라는 말이고, ‘哀乞(애걸)’은 ‘슬프게 빌어먹다, 슬프게 구하다’라는 말이다. ‘乞人(걸인)’은 ‘빌어먹는 사람’, 즉 ‘거지’이다. ‘屑’은 ‘달갑게 여기다, 깨끗하게 여기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乞人不屑’은 ‘거지도 달갑지 않게 여긴다, 걸인도 깨끗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받는 사람은 당연히 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나 주는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거지도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佛家(불가)에서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어주는 것을 ‘布施(보시)’라고 한다. ‘布’는 ‘베풀어주다, 나누어주다’라는 뜻이다. 佛家에서는 ‘布施’를 할 때, 이것을 받는 사람이 부처이며 보살이라고 생각하도록 가르친다. 다시 말하면 받는 사람이 고귀하므로 나는 당연히 그에게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가르친다. 행동의 代價(대가)는 하늘나라에 쌓인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이미 스스로 자랑하고 나면 하늘나라에서는 받을 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귀한 자세로 주면 받는 사람도 이를 귀하게 여긴다. 받는 사람이 귀하게 여길 수 있도록, 주는 사람은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볼 일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귀하게 주는 사람은 자신이 이미 충만한 행복에 젖는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