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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앞에 ‘여류’ 명칭 붙어 더 기뻐요”

입력 | 2007-04-06 03:31:00


4일 열린 제39회 여성동아 장편공모 시상식에서 수상자 김비(36·사진) 씨는 수상 소감을 말하다 말고 몇 번이나 울먹였다. “정식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돼서… 낡은 단어이긴 하지만 그 앞에 ‘여류’라는 말을 당당하게 놓을 수 있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김 씨는 트랜스젠더다. 2001년 의학 다큐프로그램에서 그의 성전환 수술 장면이 방송됐고,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나리오 자문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자서전과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로도 활동해 온 그는 2003년 간 질환으로 쓰러진 뒤 “진짜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쓴 장편이 미용실 보조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트랜스젠더 이야기인 ‘플라스틱 여인’.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이 겪은 체험과 심리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김 씨는 지난해 가을 여성동아 장편공모를 보고 그동안 써 놓았던 ‘플라스틱 여인’을 다듬어 응모했다. 이 소설은 심사위원들에게 “응모작 중 완성도가 가장 높고, 한국문학에서 성적 소수자의 문제를 조명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김 씨는 “처음엔 마냥 좋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묵직한 무게감에 눌린다. 10년 전부터 글을 썼지만 아직도 습작하는 느낌인데…”라며 ‘기쁨 뒤 부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항상 광장에 홀로 선 것 같은 심정으로 살아왔다는 김 씨는 “소설 ‘플라스틱 여인’은 여자로 태어나지 못한 어느 여자의 꿈과 절망과 작은 승리에 관한 글”이라면서, 자신의 작품이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