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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연문화가 꽃핀다]대형 공연장 건립 바람

입력 | 2007-04-06 03:31:00


5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는 한강 이북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 공간이 탄생한다. ‘고양 아람누리’라고 이름 붙여진 이 극장에는 오페라와 발레를 위한 아람극장(1900석 규모),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홀처럼 음향효과가 탁월한 ‘슈박스’(신발 상자) 형태의 콘서트 전용홀인 아람음악당(1449석), 새라새극장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춰 벌써부터 구경꾼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에는 이미 3년 전 개관한 고양 어울림누리(1200석 규모)까지 더해 2개의 복합문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인구 86만 명이란 도시 규모에 비해 좀 큰 것이 아닐까? 박웅서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서울 강북권 관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에 대형 공연장 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2001년 의정부 예술의 전당(경기 의정부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전북 전주시)이 문을 연 데 이어 2005년에는 충무아트홀(서울 중구), 성남아트센터(경기 성남시), 김해 문화의 전당(경남 김해시) 등이 속속 개관했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 따르면 2000년 말까지 105개였던 문예회관은 현재 155개로 크게 늘어났고 건립 중인 곳도 28개에 이르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7개의 공연장이 들어선 대구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은 공연을 위해 내한한 외국의 아티스트들이 서울에 이어 즐겨 찾는 곳이어서 전국에서 관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성남아트센터와 김해 문화의 전당은 각각 서울 부산과 경쟁해도 손색없다.

또한 이들 공연장은 기존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 시설을 갖춰 지역주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김해 문화의 전당은 예술 공간과 더불어 스포츠와 영상미디어 시설을 갖췄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영상촬영 스튜디오, 라디오 스튜디오, 멀티미디어 교육실 등이 마련돼 있다. 아이스링크와 건강체험실 등 스포츠시설도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고양 아람누리의 새라새극장은 무대가 아닌 좌석을 변형해 다양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객석 바닥이 16등분으로 나뉘어 위아래로 움직이며 실험극 공연과 영화 상영 등이 가능하다.

성남아트센터의 앙상블 시어터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T자형 무대를 마련했다. 객석 방향으로 길게 뻗은 형태여서 패션쇼를 열 수 있는 구조다.

서울에 13개, 경기에 22개 등 도시마다 속속 공연장이 세워지고 있지만 고만고만한 다목적 공연장이 많은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 뮤지컬, 오페라, 음악회, 국악 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전용극장이 없다는 불평이 나온다.

국제음악제가 열리는 경남 통영시에는 콘서트 전용홀이 없다. 다목적 공연장인 통영 시민문화예술회관 한 개가 있을 뿐이다. 통영국제음악제 김승근 이사는 “윤이상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7년을 기념해 콘서트홀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공연장을 시유지에 짓다 보니 도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은 2000석이 넘는 대규모여서 ‘국악 전용홀’로서 잘 맞지 않을뿐더러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5월에 개관하는 대구 수성아트피아 김성열 관장은 “공연장은 구체적인 운영 목표와 방향을 정한 다음 맞춤형으로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10, 20년이 넘은 지방 문예회관 중에는 노후된 시설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 김현주 사업지원팀장은 “속초 문예회관에 갔더니 냉난방 시설이 없어 객석 밑으로 파이프를 노출시켜 난방을 하는 구조였다”며 “1970년대 영화관 수준의 시설을 개·보수도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