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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집-맛의 비밀]홍은동 ‘수빈’ 생청국 열무 비빔밥

입력 | 2007-04-06 03:31:00

원대연 기자


식도락가들은 숨어 있는 맛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수빈’(02-307-9979). 먹자골목이 아니라 평범한 주택가 골목에 들어선 하얗고 예쁜 집이다. 얼핏 보면 카페 같다. 여름이면 하트 모양의 씨앗 주머니가 달린 풍선 넝쿨이 벽을 감싼다. 서구적인 분위기와 달리 깡장(강된장) 비빔밥, 떡갈비, 간장게장 등 토속적인 음식을 내놓고 있다.

○ 주인장(최수재 씨·53)의 말

음식이 맛있다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이지만 가게가 예쁘다는 말도 좋습니다.

일하는 이모들이 우리 집을 ‘수선 집’이라고 해요. 음식을 만들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손님들 지적이 있으면 열 번, 스무 번 바꾸거든요.

‘생청국 열무 비빔밥’이 그렇죠. 간장게장과 떡갈비가 주요 메뉴지만 몸에 좋은 참살이 음식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에서 시작했죠.

소스로 이용하는 깡장과 열무, 생청국장 모두 다루기 쉬운 재료가 아니더군요. 깡장은 직접 담은 된장을 쓰는 데 너무 짜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된장에 양파를 넣은 뒤 1주일간 냉장고에서 숙성해요. 여러 재료를 써 봤는데 양파가 낫더군요. 다시마 멸치 북어 마른새우와 대파 무 청양고추 마늘 생강 후추로 국물을 만듭니다. 여기에 숙성된 된장과 고춧가루를 넣은 뒤 되직하게 볶습니다. 그런 뒤 뚝배기에 옮겨 고춧가루, 버섯, 양파, 멸치와 새우가루를 조금 넣어 한 번 끓인 뒤 상에 냅니다.

열무김치는 담백하고 시원해야 합니다. 우선 소뼈 국물에 밀가루를 묽게 풀어 끓입니다. 여기에 곱게 다진 양파와 고춧가루, 멸치 새우 가루, 소금과 마늘을 넣어 열무를 버무리지요. 청양고추 대신 일반 고춧가루를 씁니다. 그것도 한 번밖에 빻지 않은 굵은 것을 써야 맵지 않고 담백한 맛이 됩니다. 다시 냉장고(4∼5도)에서 1주일 숙성한 뒤 꺼내야 좋습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몸에 좋다는 ‘놈’들이 한자리에 모였네요. 생청국장의 끈끈해 보이는 흰 실(뮤신)이 인상적입니다.

▽주인장=콩은 삶거나 볶으면 단백질의 소화 흡수율이 70%에 못 미칩니다. 끓이지 않고 그냥 먹는 게 최고죠.

▽식=깡장이 열무와 생청국장의 이질적인 맛을 묶어 주네요. 생청국장을 씹는 맛이 처음에는 부담스럽더니 점점 편안해집니다.

▽주=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열무 대신 ‘묵은지’와 들기름을 듬뿍 쓴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한번 드셔 보세요.

▽식=묵은지의 칼칼한 맛도 일품이군요. 그런데 간판 한쪽에 ‘하늘이 내린 집’이라고 써있더군요.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주=남편이 상의도 없이 그렇게 했어요. 지나친 표현이지만 손님들에게 최고로 좋은 음식을 선사하겠다는 다짐으로 예쁘게 봐 주세요.

▽식=요즘 관심사는 뭡니까?

▽주=짜지 않은 된장이오. 옥상에 올려놓은 된장 항아리를 통째로 도둑맞을 정도로 된장 맛이 괜찮다지만 아직도 멀었어요. 가을에 담은 된장이 짜지 않다는 친정어머니 말을 자주 떠올립니다. 된장은 주로 음력 정월에 담지만 가을에 담으면 벌레 걱정이 덜해 소금을 덜 넣어도 된다는 거죠. 음식은 하면 할수록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요.

생청국 열무 비빔밥 1인분 8000원.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