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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대학 갈 자녀 생각하며 ‘소학’ 공부하는 엄마들

입력 | 2007-04-06 06:37:00


이들 주부는 퇴계 이황 선생의 15대 후손인 한학자 이동후(68·전 안동초등학교 교장) 선생의 지도로 소학의 1∼6편을 지난해 6월부터 공부해 왔다.

글자 뜻을 음미하면서 운(韻)에 맞춰 읽는 솜씨가 꽤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한목소리로 소학 구절을 읽을 때면 마치 조선시대 서당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마저 준다.

주부들은 대부분 한복을 입은 단정한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소학을 배우는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1남 3녀를 둔 주부 정숙희(51·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소학을 접한 뒤부터 가족 사이에 여유로운 질서 같은 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 씨는 “무심코 지나치곤 했던 일상의 예(禮)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곧으면서도 온화하고 너그러우면서도 엄숙하다’는 구절을 늘 음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주부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이용희(40·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소학 공부 덕분에 아이들 교육에도 톡톡히 덕을 봤다.

중2와 고1 두 아들을 둔 이 씨는 “집에서 아이들은 학교 공부를 하고 나는 소학을 익히느라 온 가족이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어머니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대구과학고에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씨의 아들 박주렁(17) 군은 “공부 때문에 힘이 들었던 중3 때 엄마가 옆에서 소학을 공부하면서 나를 지켜 주었다”며 “집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그때 본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학을 모두 마치려면 3년가량 걸린다.

이 선생은 “소학이 강조하는 예의와 효도 등 사람 사이의 윤리를 실천하는 방법은 시대에 맞게 변화돼야 하겠지만 그 정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릴 때부터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해야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는 게 소학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언행(言行)을 함부로 하는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소학에는 일상에서 세심하게 살펴야 할 도리가 가득합니다.”

1남 1녀를 거의 다 키운 주부 박영순(52·대구 북구 태전동) 씨의 말이다. 053-751-9700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