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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中 총리 한국 기자단 회견 인터뷰 실록(전문)

입력 | 2007-04-06 09:27:00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5일 중난하이 접견실 쯔광거에서 열린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한국 방문에 앞서 열린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양국 간 역사 문제, 경제협력 문제, 한류 등 문화교류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자세히 피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국 최고지도부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의 접견실 쯔광거(紫光閣)에서 오후 3시 반부터 30분간 이뤄졌다. 이 곳은 대통령 총리 등 귀빈이 올 때 사용하는 곳이다.

인터뷰 예정시간 오후 3시 반보다 약간 빨리 귀빈 접견실에 도착한 원 총리는 두 손을 모아 가슴 높이까지 치켜들며 기념촬영을 위해 미리 정렬해있던 특파원에게 '니 하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원 총리의 이런 인사는 자신의 친근감을 드러내기 위해 늘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념촬영이 끝나고 곧바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이날 인터뷰에는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 및 외교부 관계자가 배석했다. 우 부부장은 원 총리가 도착하기 전 미리 현장에 나와 특파원들과 환담을 나눈 뒤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국 국무원 측은 이날 중난하이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철저히 통제했다. 특파원들이 도착하자 서북쪽 문으로 안내한 뒤 입구 초소에서 공항의 검색대에서 받는 것처럼 똑같이 짐과 몸에 대해 보안검사를 철저히 실시했다. 중난하이 건물과 야외 풍경을 찍는 것도 안 된다며 막았다.

중국 CCTV는 매일 오후 7시 전국에 방송되는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4번째 기사로 보도했고 신화통신은 이날 밤 자정 경 기자회견 전문을 신화왕(新華網)에 머리기사로 실었다. 중국 총리가 한국 특파원단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 이후 7년만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제가 오래 동안 기대해왔던 것입니다. 이번 방문은 우의와 협력의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통해서 한국 인민을 대해 중국 인민들의 양호한 축원과 함께 따뜻한 인사를 전해드릴 것을 희망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원 총리는 이날 미리 준비된 답변서를 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뒤에 배포된 기자회견문과 실제 기자회견 내용은 여러 곳에서 차이가 있었다. 원 총리의 답변 중 원 총리의 기억이 잘못된 부분은 사후 수정을 거쳤다. 따라서 괄호 안의 내용은 원 총리가 인터뷰 당시엔 실제로 말하지 않은 것이지만 중국 국무원이 총리의 인터뷰 내용이라며 미리 준비했다가 인터뷰가 끝난 뒤 한국 특파원에게 배포한 것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부분이다.)

―중국은 6자회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계시는 지, 한반도의 평화체제의 기초 위에서 남북통일의 실현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요.

"한반도는 정전(停戰)된 지 이미 반세기가 넘었지만 아직까지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비정상적인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형식의 냉전을 해소해 남북한 인민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련국이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가동하고 점진적인 관계개선과 신뢰 구축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를 바랍니다. 한반도 문제는 최종적으로 남북 양측에 의해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합니다. 우리는 남북이 접촉을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하며 교류를 긴밀히 해 관계를 개선한 기초 위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종적인 자주평화 통일을 실현하길 희망합니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서 적극적인 촉진작용을 할 것입니다."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역사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963년 6월 28일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는 조선과학원 대표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고구려 뿐 아니라 발해도 조선의 역사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고구려사 등을 중국사로 편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우호증진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요즘 백두산을 두고 한국과 중국 국민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수천 년의 우호 왕래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는 유리한 조건입니다. 중한 간에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양국이 평화롭게 지내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정치적 기초입니다. 민족 국경의 변천사에 관한 연구는 학술과 정치를 구분하고, 역사와 정치를 구분하는 원칙에 입각하여 올바르게 대하고 적절하게 처리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05년 말 후진타오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교역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는 국가 중에 처음이었습니다. 한중 양국은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정서적 공통점이 많아 양국의 경제협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중한 수교 15년 이래 경제통상 관계는 빠른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지난해 양국 교역은 1300억 달러를 돌파하여 수교 때보다 26배 늘었습니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 수는 3만 개, 누적 투자액은 350억 달러(한국 통계 170억 달러·중국 통계는 현지 재투자 포함 수치·원 총리는 수치를 잘못 기억했는지 인터뷰 당시에 380억 달러라고 말했음)를 초과했습니다. (수교 이래 한국의 대(對) 중국 무역흑자 누계는 2000억 달러를 초과합니다.-원 총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한 듯 미리 준비된 기자회견문에 있는 이 대목을 언급하지 않았음) 양국 국민의 왕래는 매년 500만 명을 넘습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2005년 방한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방중 때 2012년까지 양국 무역액을 2000억 달러로 늘리자고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 중한 경제통상협력 중장기 공동연구 보고서를 발표하여 무역투자 편의를 위한 5개 항 보장 조치와 12개의 중점 협력 분야를 제시했습니다. 경제가 전(全) 지구화로 가는 상황에서 양국 경제통상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구조를 조정하고, 협력 영역을 확대하고 질을 높이며 공동으로 도전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협력 확대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 환경보호, 금융, 정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질을 높인다는 것은 쌍무무역의 촉진과 균형 있는 발전으로 각자의 우세를 충분히 발휘하고 경제협력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아세안 정상회의 등 쌍무 또는 다자간 협상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이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 준 것을 높이 평가(讚揚·원문은 찬양이지만 우리말로는 이 정도 해석이 적합)합니다. 현재 중한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산관학(産官學) 공동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가속화해 조속한 시일 내에 성과를 내 양국의 FTA 체결이 촉진되길 바랍니다."

원 총리는 경제 질문이 나오자 미리 준비된 원고보다 2배가량 많은 얘기를 쏟아놓았다. 자칫 틀리기 쉬운 수치도 빠트리지 않고 조목조목 제시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류가 양국민의 정서적 교류를 확산시켜 양국의 우호를 증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한국 드라마 수입은 큰 폭으로 줄어 한류가 식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의 수교 15주년인데 양국간 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중한 양국은 유구한 왕래와 문화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국민이 서로 마음이 통하고 상호 이해와 친선을 증진하는 데 유리한 조건입니다. 중국인, 특히 젊은이들은 한류를 매우 좋아합니다. 중국 정부는 한류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며, 되레 장려하는 태도를 취할 것입니다. 올해는 중한 수교 15주년이고 '중한 교류의 해'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47개의 중점 행사를 확정했습니다. 그 가운데 문화교류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방한 기간에 한국의 지도자와 함께 중한 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합니다. 이를 계기로 중한 간에 여러 형식의 문화교류가 이뤄지리라고 믿습니다."

―중국이 경제구조를 고도화하면서 외자기업에게 주는 많은 혜택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다른 나라에 비해 경직되는 등 외자기업의 경영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외자기업들은 이에 따라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개혁 개방 이래 줄곧 외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는 일련의 법규를 제정해 완비해 왔습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발전을 촉진할 뿐 아니라 중국과 각국 경제와의 관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경제구조 조정의 중요한 시기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래 갖고 있던 내·외자 기업의 지역에 따른 우대 정책의 기준을 바꿨습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는 국내 기업과 외자 기업의 소득세를 단일화하는 기업소득세법(법인세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래서 내·외자 기업의 세금을 단일화했습니다. 이는 국내 및 외자 기업에 공평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첨단기술 기업이나 이윤이 적은 소기업, 서부지역 기업은 우대 정책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미 계약을 한 외자 기업도 5년간 유예 기간을 두었습니다. 따라서 새 정책은 외자 기업의 중국 내 경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중국이 외자기업에 대한 완비된 법규와 공평하고도 안정된 시장 환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외자기업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는 것을 촉진할 것입니다. 중국이 자질이 높고 풍부한 노동력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질과 양, 원가에서 어느 나라, 어느 지역도 중국의 노동력 우세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노무시장과 관리와 노동자의 훈련을 강화할 것입니다. 동시에 저는 우리가 중국에 온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듯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도 중국 근로자의 합리적인 이익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특히 합리적인 보수와 필요한 노동보호를 해주어야 합니다)"

원 총리는 중국인 노동자에 대한 외자기업의 대우와 태도가 평소 맘에 들지 않았는지 작심한 듯 미리 배포된 원고보다 강한 톤으로 외자기업이 중국인 노동자의 이익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주문했다. 외자기업의 특혜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공평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자기업의 불만을 일축했다. 외자기업에 대한 특혜가 중국에서 사라지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보다 중국의 환경이 더 나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볼 때 원 총리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원 총리는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기에 앞서 특파원들에게 "중국에서 일하는 특파원이 몇 명이나 되느냐. 오늘 모두 온 것이냐"라며 관심을 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40분으로 예정됐고 중국 외교부 측은 10분 정도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지만 원 총리는 미리 예정된 5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30분 만에 마무리하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