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가 미 의회의 'FTA 반대 카드'로 떠오른 가운데 워싱턴 외교현장에서 미 의회의 강경 기류가 속속 감지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 정부의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 사뭇 괴리를 보여 주목된다.
미국 의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5일 "상원 재무위 소속 의원 21명의 성향을 파악한 결과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하지 않을 경우 협정이 재무위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뼛조각 파문을 떠올려보면 미 의회의 FTA 부결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한국 정부가 5월 말 이후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밟는다고 공표했지만 지난해 뼛조각 소동의 경험에 비춰볼 때 FTA 표결이 미 의회에서 진행될 8월까지 문제가 해결될 전망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뜻이 된다.
한미 FTA 협상대표를 맡았던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는 이날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의회의 강경한 분위기를 거듭 전달했다. 그는 "협상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협정을 승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올 6월말 양국 협상대표가 합의문에 최종 서명하면 미 행정부는 7월 말~8월에 이행법안을 의회로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 뒤에는 하원 세입위원회→전체회의→상원 재무위→전체회의 순서로 표결에 들어간다.
재무위는 축산업이 주 산업인 몬태너 주 출신으로 2008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맥스 보커스 의원이 위원장이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올 1월부터 일관되게 "수입재개 약속이 없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주미 한국 대사관 고위관계자는 이날 "그런 의회 분위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며 이 같은 기류를 확인했다. 그는 "한미 FAT가 미 의회에서 부결된다면 자동차보다 쇠고기가 주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윤대희 경제정책수석은 전날 "미국은 쇠고기 개방과 FTA가 완전 별도라는 우리 입장을 이해했기 때문에 FTA에서 쇠고기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