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직후 바이어들의 민감한 반응이 KOTRA 해외 무역관에 속속 접수됐다. 미국 폴리에스테르 수입 회사는 통관비용 절감으로 가격 인하가 기대돼 한국산 수입을 25∼50% 늘릴 계획이다. 경북 구미시에서 필름공장을 가동 중인 일본 도레이사는 “한국을 통한 미국 수출 길이 넓어질 테니 2009년까지 4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중시하던 외국 바이어들이 중국과 한국의 장단점을 다시 따져 보고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통상 대국’ 한국의 몸값이 뛰고 있다. 일본부터 2004년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의 재개 의사를 밝혔다. 10일 방한할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한중 FTA 조기체결을 희망했지만 우리가 오히려 한발 빼는 형국이다. 다음 달엔 유럽연합(EU)과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 EU와의 협상 때 “한미 FTA를 참고하라”고 내세울 수도 있게 됐다. 캐나다도 협상을 원하고 있다. 이 정도면 미국과 중국에서 경제·안보협력의 러브 콜을 받고 있는 인도가 부럽지 않다. FTA 후광(後光) 효과가 벌써 이렇다.
▷KOTRA가 19일 개최할 ‘FTA를 활용한 미국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에는 정원 250명을 훨씬 넘는 800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평균 경쟁률 4800대 1의 송도 오피스텔 청약 광풍(狂風)만은 못해도 대단한 열기다. 미국시장 점유율이 1995년 3.3%에서 작년 2.5%까지 추락하는 것을 아프게 지켜보던 수출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발 끈을 조인다. 냄비처럼 너무 쉽게 달아오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국민의 개방의식 확산도 눈에 띈다. “해외 소비가 많은 교육과 의료는 왜 개방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늦어지고 있는 로스쿨 개교를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5년 뒤면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질책이다. 많은 사람이 FTA 이전과 이후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FTA 개국(開國)의 시대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