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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Rush]우정&경쟁… 13억 시장이 파트너

입력 | 2007-04-09 03:04:00

중국은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이다. 삼성은 상하이 시내 한복판의 고급 백화점에 간판을 내걸고 중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는 ‘프리뷰 인 상하이’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최고급 브랜드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China Rush’ 기사목록

▶ 우정 & 경쟁… 13억 시장이 파트너

▶ 韓-中 항공편 매주 779회 오간다

▶ ‘한중 교류의 해’ 행사 올 100여 건 펼친다

▶ 양국 대사에게 듣는다

▶ 中, 이미 G2 슈퍼파워

▶ ASEAN-아프리카-중앙亞, 차이나네트워크化 집중포섭

▶ [China Rush/국내 주요그룹의 중국 진출 전략]①삼성

▶ “중국 소비자를 잡자”

《한국과 중국은 불과 수교 15년 만에 혁명적인 관계 변화를 맞고 있다. 본보는 9일부터 매주 월요일자에 4회에 결쳐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양국의 관계 변화를 다양하게 조망한다.

이번 ‘차이나 러시’ 릴레이 특집은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에 주요 변수로 성큼 다가선 중국을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소개한다.

국내 핵심 기업들이 어떻게 중국을 미래로 일궈가는지도 알아본다.》


▼ 안보 파트너… 외교강국 中, 한반도 평화 중재▼

‘상전벽해(桑田碧海).’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한 후 15년. 그동안 양국은 수천 년 역사에서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왔다. 국력 격차에 따른 주(主)와 종(從)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대등하게 정치 안보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협력해 왔다. 두 나라가 지금처럼 우호 선린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지향하게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양국 정부는 올해를 ‘한중 교류의 해’로 정하고 100여 건의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수교 당시 한국은 전반적인 경제 수준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개혁 개방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과 영향력도 크게 높아졌다.

양국은 수교 이후 매년 한두 차례 정상회담이나 총리급 고위 회담을 열어 경제협력 및 교류 확대를 추진해 왔다. 중국은 한국에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북한 핵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안보 파트너로서의 의미가 크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핵 문제가 꼬일 때마다 혈맹인 북한을 설득하고, 한국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시각이 한국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라는 큰 틀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한국은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중(對中) 외교를 펼치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이 외교 안보의 근간인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한미 관계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한편으론 중국이 일본과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중견 외교관은 “중국 측을 만나면 ‘한미동맹 강화는 중국에도 이익이다. 한미동맹은 중국의 의견을 미국에, 또 미국을 통해 일본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라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을 통해 대미(對美) 외교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한국과 공동으로 대일(對日) 전선을 구축하려는 경향이 최근 부쩍 강해지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했던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서 여러 차례 ‘중국은 미국과의 안정된 관계가 동북아 평화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수년째 허용하지 않는 것은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감안한 조치다.

이처럼 정치 안보 분야에서 한중 관계는 북한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면밀히 고려하면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국 조용천 심의관은 “수교 후 15년 동안 한중 양국은 공통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분야를 많이 발견했고 발전적 관계를 만들어 나갈 기반을 쌓았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 문제와 탈북자 북송 조치 등은 여전히 정치 안보 분야의 신뢰 구축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한중 양국 간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싹텄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하면 머지않아 양국 관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많은 외교관과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글=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성장 파트너… 교역액 15년새 20배… FTA도 추진▼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리펑(李鵬) 중국 총리는 “수도거성(水到渠成·물이 흐르면 곧 도랑이 생긴다)”이라는 말로 한국과 중국의 미래를 예견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07년 한중 관계는 도랑의 수준을 넘어 ‘대해(大海)’를 이루고 있다. 특히 양국의 경제 교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해 왔다. 중국은 2002년 이래 한국의 제1 교역대상국이자 최대 투자 대상국으로 떠올랐다. 한국 역시 홍콩을 제외하면 중국의 3대 교역국이자 제3위 투자 유치국이다.

실제로 1992년 한국과 중국의 교역액은 63억7000달러에서 2006년 1180억 달러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30%에 달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 역시 1992년 275건 2억 달러에서 2006년 2300건 33억 달러로 투자건수로는 8배, 금액으로는 16배 늘어났다.

특히 현재 양국이 검토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앞으로 체결될 경우 2012년경 양국 교역규모가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2010년 상하이(上海) 세계박람회도 양국 교역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양국 경제교류는 서로에게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윈-윈 게임’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한국에 거대한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다. 1997년 외환위기의 돌파구 마련도 한중 경제교류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많다. 또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중국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가 됐다.

중국 역시 한국과의 수교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봤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의 투자와 기술이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 왔기 때문. 또 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경험한 것을 그대로 물려받는 부가적인 혜택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한중 경제교류 확대를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對)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등 경제적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월 28일 중국 증시가 9% 가까이 폭락하자 한국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58포인트 급락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칫 한국 경제가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종속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교역 규모가 커지면서 무역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 금지조치를 거론하며 마늘 수입을 요구해 빚어진 2002년 마늘파동이 대표적인 예.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수입규제 조치는 21건으로 지난해까지 한국이 외국으로부터 받은 전체 수입규제 119건 가운데 18%를 차지했다.

또 매년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국을 뒤쫓고 있는 중국이 머지않은 미래 세계주요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을 밀어낼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 개방이 더욱 확대되면서 중국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져 지금까지의 양국 경제의 보완적 관계가 치열한 경쟁관계로 바뀔 가능성도 높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팀장은 “한중 무역구조는 중국의 성장과 개방 확대로 점차 경쟁적인 관계가 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중국에 의해 밀려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