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과 목재를 다뤄 온 공예작가 이병구 씨가 환갑에 첫 개인전을 마련한다. 그는 1970년 홍익대 공예과를 나온 뒤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환경 조형물을 제작하고 그룹전에 출품한 적은 있으나 개인전은 처음이다. 덜 익은 붓질이나 아이디어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개인전을 여는 젊은 작가들이 무색할 정도다.
“나름대로 정립된 작품을 모아 개인전을 열겠다고 미루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겸손한 게 아니라 재주가 모자란 탓이지요.”
서울 국제디자인 트렌드센터(02-744-7322)에서 마련하는 개인전에서는 철판 작업 시리즈 35점을 선보인다. 전시작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추상작품과 기타 가야금 출입문 등을 형상화한 구상작품들이다.
그는 두 개의 철판을 겹친 뒤 그 사이에 고압의 압축 공기를 넣는 특이한 공정으로 작업한다. 고압의 공기가 만들어 내는 철판의 우연한 형상을 추구하는 것. 이 공법은 10여 년 전 햇빛 때문에 철판 내부의 공기가 팽창해 생긴 형태의 변화를 보고 연구를 거듭해 얻은 것으로 ‘공기압에 의한 금속판 소재의 성형방법’이라는 이름의 특허도 땄다.
‘천지인’ ‘광개토대왕비’ ‘태양’ ‘웃기는 자화상’ ‘디지털 플라워’ 등 다양한 형상을 지닌 작품들은 넉넉한 볼륨과 매끈한 표면을 지녀 보는 즐거움도 준다. 작가는 “자연의 동의어나 다름없는 공기를 철판 사이에 넣으면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빚어낸다”며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자연의 본모습”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공방을 차려 다른 작가의 작품을 도와준 그는 “전업 작가로서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많은 작품들을 토해 내겠다”고 말했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