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세팡의 자동차 경주장. 섭씨 35도, 습도 48%의 무더위로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관중석과 주변 언덕을 가득 메운 20만 명의 인파로 체감 온도는 더욱 뜨겁다. 팬들의 관심은 ‘카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독일·전 페라리)가 은퇴한 자리를 누가 대신할지에 모아졌다.
자동차 경주 세계 최고봉 대회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는 이곳 ‘세팡 국제 서킷’에서 1999년부터 열렸다. 말레이시아인들은 대당 100억 원에 이르는 첨단 경주 차들이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가공할 속도를 겨루는 F1의 세계에 금세 빠져 들었다.
이들에게 슈마허는 바로 F1 그 자체였다. 91회 우승과 7회 통합 우승에 빛나는 슈마허는 지난해까지 이 경기장에서 치러진 8차례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다.
‘포스트 슈마허’ 시대를 이끌 새 황제의 유력 후보는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종합 우승을 한 뒤 올 시즌 르노에서 맥라렌으로 옮긴 페르난도 알론소(26·스페인)와 슈마허의 뒤를 이어 페라리의 에이스가 된 키미 라이코넨(28·핀란드). 라이코넨은 맥라렌에서 올 시즌 F1 최고 연봉인 37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페라리로 옮겼다.
팀을 바꾼 알론소의 강세가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슈마허와 함께 F1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던 페라리의 아성이 지켜질 것인가. 지난달 18일 호주 맬버른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우승은 라이코넨의 차지였다. 알론소는 2위.
이번 대회에서도 전날인 7일 치러진 예선에서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26·브라질)가 1위를 기록하면서 또 한번 페라리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국 알론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출발과 동시에 2위에서 선두로 치고 나간 알론소는 5.54km의 서킷을 56바퀴(310.41km) 도는 동안 줄곧 선두를 지켰고 1시간 32분 14초 930으로 팀 동료 루이스 해밀턴(22·영국)을 17초 이상 따돌리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페라리의 라이코넨과 마사는 각각 3위와 5위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다.
3라운드 경주는 15일 바레인에서 열린다.
세팡=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