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는 흔히 ‘제2의 인생’을 말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후에 살게 되는 또 다른 인생을 주로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는 ‘3차원의 가상현실 생활’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고 있다. 새 개념의 세컨드 라이프는 실제 현실과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후(前後)가 있는 기존 개념과 다르다. 2003년 새 개념을 사업 아이디어로 채택해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벤처기업 린든 랩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 주소 www.secondlife.com을 찾아 들어가면 주민은 물론 건물 도로 숲 섬 바다 애완동물 회의실 커피숍 등 없는 게 없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집과 건물을 짓거나 거래하고,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담소를 즐긴다. 가상 인물인 ‘아바타’들이 실제보다 더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경제활동을 벌인다. 화폐 단위는 ‘린든 달러’이며, 미 달러와 1 대 270 정도로 교환할 수 있다. 전체 주민 550만 명 가운데 2만여 명이 한국인이다.
▷듀란듀란 등 유명 가수의 공연과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이 수시로 열린다. 로이터통신은 특파원을 두고 있고, BBC방송은 섬 하나를 빌려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캠프를 차려 선거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대사관까지 설치했다. 두드러진 현상은 대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와 세금이 없고, 자유거래가 보장되는 시장경제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단돈 9.95달러로 2년 만에 연간 매출 250만 달러를 올린 기업도 생겼다.
▷창업 회사도 급증해 1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 매월 새로 선보이는 상품과 서비스가 1000만 개에 이른다. 올해 총생산은 6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IBM 델 BMW 도요타 등 세계적 기업들도 앞 다퉈 지사를 설치했다. 삼성그룹도 가세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홍보보다는 비용 절감 차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회의나 주주총회를 위해 서울 본사에 모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가상 현실이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세상이 오는 건가.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