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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주요 쟁점 오해와 진실

입력 | 2007-04-09 03:04:0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일본 자동차도 대거 한국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 자동차는 미국시장 수요를 감당하기도 부족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진은 일본 도요타의 미 켄터키 주 조지타운 공장 생산라인. 사진 제공 도요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FTA 반대 진영을 중심으로 갖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쇠고기 시장 개방과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 재협상 여부 외에도 ‘정책 주권’ 침해, 제약업계 피해 등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반대 진영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만한 대목도 없진 않지만 피해를 과장하거나 근거가 없는 것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 본다.》

○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는 독소조항?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투자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국가를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 예컨대 앨라배마 주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현대차가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손해를 봤을 때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이를 정부의 ‘정책 주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 기업이 진출한 국가의 정부가 부당한 조치를 취해도 기업들은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이 앞으로 체결할 FTA에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한미 FTA에서 ISD를 도입하되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 안정화정책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부 정책은 사실상 ISD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책 주권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별 근거가 없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발효 후 13년 동안 소송 대상이 된 사건 중 단 한 건만이 간접 수용으로 인정됐다. 실제로 한국이 체결한 85개 투자보장협정 중 ISD를 도입하지 않은 협정은 3개뿐이다.

○ 약값 비싸진다?

한미 FTA로 신약 특허 기간이 연장되면 국내 시장의 미국 신약 의존도가 높아지고 복제약 시판도 늦어져 제약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가 추산한 제약업계의 피해 규모는 연간 2조 원.

그러나 정부 측의 설명은 다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 감소는 연평균 570억∼1000억 원. 의약품 업계의 매출액이 모두 11조 원이므로 1000억 원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홍영표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단장은 “한국은 생명공학, 유전공학의 경쟁력이 충분한데도 복제약 분야에 매달리고 있다”며 “한미 FTA를 제약업계의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무역구제에서 대폭 양보?

무역구제(반덤핑 개선 조치 등) 절차 개선은 한국 정부가 크게 기대했던 분야. 특히 한국 제품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쳤는지를 판정할 때 한국 제품과 다른 나라 제품을 합산해 평가하는 조사 방법을 금지해 달라는 ‘비합산 조치’는 관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이 비합산 조치를 포기하면서 FTA 반대론자 사이에서는 한미 FTA 협상 실패의 대표적인 예로 무역구제 분야를 꼽고 있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양국이 설치하기로 한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통해 비합산 조치를 관철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산 도요타 ‘어부지리’ 국내 상륙?

도요타 닛산 혼다 등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일본 회사의 자동차도 한미 FTA 발효 시 8%의 관세를 물지 않는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국 등 북미에서 생산한 일본 브랜드 차는 330만 대인데 이는 미국 내 일본 차 수요(연간 550만 대)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 따라서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승용차가 한국 시장에 물밀 듯이 밀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수년 내 북미 지역에서 100만 대가량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설 여력은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