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대추리 대추분교에서 열린 ‘고향 땅 회복 기원’ 행사에서 한 할머니가 소원을 써 넣은 향나무판을 앞에 두고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주민들의 고향땅 회복 기원행사인 매향제가 7일 열렸다.
매향제는 하늘과 땅의 신에게 복을 빌기 위해 향을 피우거나 향나무를 묻는 풍습으로,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민들은 도두리 문·무인상 앞에 모여 소원이 적힌 종이 수십 장을 문·무인상에 매달아 불태운 뒤, 대추분교까지 1.5km 구간을 행진하며 정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이어 주민들의 소원을 써 넣은 향나무판(가로 15cm, 세로 20cm)과 도장, 옷가지 등을 항아리에 담아 대추분교 운동장에 구덩이를 파고 묻는 행사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이곳에 4년여에 걸친 기지이전 반대 투쟁을 기록한 향나무 솟대를 세웠다.
지난달 30일 마을을 떠난 노영희(70) 할머니는 “내가 못 지킨 고향을 후대에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이날 행사는 한반도 평화와 마을회복 염원을 담은 꽃배 상여를 태우는 것을 끝으로 3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현재 대추리 등 평택기지 이전 예정지(285만 평)에는 5가구만 남은 채 이달 1일까지 사실상 이주가 완료됐으며 잔류 주민들도 이달 중순까지는 이주를 끝낼 예정이다.
국방부는 사실상 주민 이주가 완료됨에 따라 9일부터 외부인의 마을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곧 기지 이전 예정지에 대한 철거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