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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블로그 10년

입력 | 2007-04-09 19:50:00


블로그(blog)의 위력을 보여 주는 얘기 한 토막. 영국의 양복 재단사 토머스 마흔은 고객이 줄어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광고회사 중역 출신인 술친구 휴 매클라우드의 충고를 받아들여 2005년 1월 ‘잉글리시 컷(www.englishcut.com)’이란 블로그를 만들었다. 양복 재단에 관한 지식과 애정을 진솔하게 보여 준 그의 블로그에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고, 이어 주문도 쏟아졌다(‘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중에서).

▷‘1인 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가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로 인터넷 항해일지라는 뜻이다. 1997년 4월 미국 유저랜드 소프트웨어 설립자인 데이브 와이너가 최초의 블로그 ‘스크립팅 뉴스(www.scripting.com)’를 만들었다. 1999년 블로거닷컴(Blogger.com)이 서비스를 시작하자 블로그는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누리꾼의 구미와 맞아떨어져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7000만 명을 헤아리게 됐다.

▷1999년 싸이월드(www.cyworld.com)가 서비스를 도입한 국내 블로그 문화는 우리 젊은이들의 의식과 생활패턴도 바꾸어 놓았다. 블로거들은 일기를 쓰듯 자신의 블로그를 가꾸고, 의식(儀式)을 치르듯 남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디지털카메라 붐도 블로그 꾸미기와 무관하지 않다. ‘싸이질’이니 ‘일촌 맺기’니 ‘도토리’니, 모르는 사람에게는 암호문이겠지만 블로그 이용자는 국내에서만 인터넷 이용자의 39.6%인 1350만 명을 넘어섰다.

▷누구든 글과 사진, 동영상을 게시할 수 있고, 즉시 퍼다 나를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로그는 의제를 독점해 온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 난립과 명예훼손 등으로 한계가 드러나면서 저널리즘보다 참여와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웹2.0 혁명’의 주역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기업으로선 대단히 매력적인 마케팅 도구다. 블로그가 개인에겐 공개된 일기장에 불과하지만 전체로선 거대한 입소문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