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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야구 A매치’ 한국서 보고 싶다

입력 | 2007-04-10 03:02:00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라는 책에는 야구와 축구의 차이점이 잘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야구는 폐쇄적이다. 반면 축구는 개방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은 야구와 축구가 동시에 성행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우리나라를 보면 야구의 폐쇄성과 축구의 개방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20여 년이 흐른 지금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축구는 1983년 5개 팀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4개 구단이나 된다.

국제 대회를 봐도 야구는 자국 리그 중심이다. 그러나 축구는 수시로 국가대표 팀 간 경기(A매치)가 열린다.

요즘 우리나라는 국제대회 유치에 열성이다. 지난달 말 대구시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고, 다음 주에는 인천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에 도전한다. 7월에는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다.

축구는 말할 나위도 없다. 8월에는 ‘리틀 월드컵’이라 불리는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연다. 올림픽 최종 예선과 대표팀 간 친선전 등도 수시로 열린다.

이 같은 세계화의 흐름에서 유일하게 벗어나 있는 게 한국 야구다. 이웃나라 대만과 일본에 한참 뒤떨어진다.

대만은 올해 8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을 시작으로 11월에 야구월드컵과 아시아선수권을 잇달아 연다. 대만 정부가 앞장서 국제 대회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을 개최했던 일본은 3년째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를 주최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아시아선수권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가 되긴 힘들다. 시즌을 피해 3월이나 11월에 하기엔 날씨가 춥다. 대만처럼 기후가 따뜻한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돔구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기자들 사이에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종목은 축구 A매치뿐”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간다. 한국에서 열리는 야구 A매치는 팬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