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어제 서울 이화여고에서 가진 대입제도 설명회에서 “고교 교육을 대학이 주무르지 말라”며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을 옹호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3불 폐지를 요구해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들고 학교를 흔든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는 작년 9월 입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교육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강조한 교육학자다.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05년 그의 연구팀은 ‘최우선 교육개혁 과제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이라고 발표했다. 2001년 심포지엄에서 그는 “공교육 실패의 근본원인은 국가주의적 통제정책으로 인한 교육의 획일성과 교육투자정책 실패에 따른 교육여건의 빈곤”이라고 했다.
그러던 그가 부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3불 정책의 불가피성이 있다”고 말을 바꾸더니 부총리가 된 뒤엔 “3불 폐기 요구는 대학 이기주의” “어기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겠다”고 강도를 높였다. 과거 자신이 비판했던 ‘국가주의적 통제’에 맛을 들인 것인가. 어제는 3불 정책에 대한 반대여론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김 부총리 말대로 공교육의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선진국은 이를 위해 학교와 교사의 평가로 질을 높여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린다. 한국교육개발원도 ‘수능 등급제로 변별력이 상실됐고 내신은 학교 간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대입제도를 비판했다. 이장무(서울대 총장) 대학교육협의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어느 때보다 대학의 글로벌화와 수월성 자율성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를 외면한 채 3불 정책을 고집하기만 해서는 공교육 정상화가 어렵다.
김 부총리가 학자 시절의 소신을 버리고 대통령의 평등 코드에 맞춰 ‘3불 전도사’로 뛰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3불 지키기’ 전국 순회 홍보에 학부모 동원까지 하는 행태는 그가 65세이던 작년까지 쌓아 온 교육학자로서의 명예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이 같은 인간적인 측면을 떠나 김 부총리는 이 나라 교육의 자율성을 위축시킨 책임을 언젠가는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