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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강준영]한중수교 15주년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입력 | 2007-04-11 02:59:00


올해로 수교 15주년을 맞이한 한중 양국은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과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은 올해를 ‘한중 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10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교류행사를 시작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10일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개막된 기념행사는 올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내린다.

지난 15년간 양국은 우호적이고 평탄한 협력 분위기를 유지했다. 한중 관계 발전의 최대 성과로 지목되는 경제교류 분야는 작년 말 상호 교역액이 12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교역 시장이 됐고 한국은 중국의 제3 교역 시장으로 성장했다. 작년 한 해에만 연인원 440만 명이 양국을 방문해 한국에는 한류(漢流)로 불리는 중국 붐이, 중국에는 한류(韓流)로 대표되는 한국 붐이 이어졌다.

양국 관계는 분명히 양국 정부의 표현대로 수교 당시 ‘선린우호 관계’에서 ‘전면적 협력 단계’를 거쳐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정치 외교 분야의 협력이 경제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하긴 하지만 정치 외교 및 안보 등의 분야로 협력 범위가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양국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면서 윈윈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양국은 내부적으로 올해 말 새로운 지도부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외부적으론 더욱 복잡한 변수에 노출돼 있다. 북한 핵 폐기를 위한 2·13합의가 도출되면서 북-미 관계가 호전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은 한중일 역내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주도권을 다투는 중-일 양국은 각자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서로 해빙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앞에 두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향후 한중 관계 발전의 가장 핵심적 요소는 바로 ‘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인식하는 데 있다. 중국이 세계적 국가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용하면서 공존할지를 뜻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나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에 반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전술적 타협을 하고 있다. 또 갑작스러운 북한의 정권교체나 붕괴로 중국이 떠안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북정책 역시 근본적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미 FTA를 ‘중국견제론’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을 가장 정치적 부담이 적고 경제적 실익이 큰 대상으로 판단해 매우 적극적이다. 한중 FTA는 파급 효과가 어느 국가와의 FTA보다 클 것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주도면밀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 시점은 우리에게 분명한 대중국 전략 수립을 위한 총체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전략적 고려 속에서 대미 관계는 물론이고 남북 관계, 대일 관계나 동아시아 질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중 관계를 수립하고 조정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확한 분석 속에서 전략적 고려와 전술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도 편협한 민족의식이나 역사의식을 갖고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세계적 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진정한 대국의 역할은 주변국과의 호혜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유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현대중국정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