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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정권 붕괴 4년 이라크전 손놓은 워싱턴

입력 | 2007-04-11 03:01:00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지 꼭 4년을 맞은 9일. 이날 미국 워싱턴은 별다른 행사 없이 하루를 넘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민법 개혁안 홍보에 바빴다. 국방부도 흔한 성명 한 장 내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자에서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 주요 뉴스의 첫머리에는 부활절 숨은 달걀 찾기 행사 사진이 올라 있었다”고 꼬집었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후세인 제거 후 이라크에서 3개 부처 장관을 지낸 알리 알라위 현 총리보좌관이 펼친 강연 및 신간 홍보활동이었다.

하버드대 박사로 옥스퍼드대 교수를 지내다 이라크 신정부에 참여한 그는 지난주 ‘이라크 점령: 전쟁은 이기고 평화는 잃었다’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날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부시 행정부의 기념비적 무지와 이라크 현장의 아마추어리즘, 감당 못할 미국의 오만함이 이라크 재건작업을 총체적 실패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부패하고 잔인했던 후세인 정권을, 그와 비슷하게 부패한 데다 무능하기도 한 현 누리 알말리키 총리 체제가 대체했다는 주장을 폈다.

현직 이라크 총리보좌관의 자기 정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 이라크전쟁의 문제 제기는 한물간 뉴스 같은 대접을 받는다.

뿌리내린 반전 여론 탓에 공화당 인사들도 이라크전쟁 논의는 뒤로 미루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을 제외하면 유력 정치인 가운데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만 외롭게 병력 증파를 외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주 직접 방탄조끼를 입고 바그다드 시내를 걸었다. TV 카메라 앞에서 그는 “예전에는 이렇게 바그다드 도심을 걸어 다닐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상황이 좋아졌다는 걸 미국인이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전쟁 옹호 성향 때문에 지난 3개월 동안 그는 공화당 내 1위 지지율을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내줘야 했다.

민주당은 상하원 지도부가 “손해 볼 것 없다”며 2008년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요구한 이라크전쟁 비용 법안은 ‘2008년 철수’를 전제로 승인해 준 상태다.

민주당도 승인해 주는 데 부담이 없을 순 없다. 그러나 뉴트 깅리치(공화) 전 하원의장의 “민주당 요구대로 철수하자. 상황이 더 나빠지면 민주당이 책임져라”는 식의 공세가 버거웠던 듯하다.

영미권 주요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만 지난해 말 “전쟁 관리에 실패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미국이 이라크를 떠나면 중동의 장래는 없다”며 비교적 선명한 논지를 폈다. 다른 주요 매체의 경우 비판은 있어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이라크 함락 4년을 맞은 부시 행정부는 해법 없는 수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