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제 책임과 권한을 시장과 국민에게 맡겨야 할 때다.”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자유기업원이 10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자유주의’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작은 정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자유주의’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라며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도 결국 기업과 국민이 경제생활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잘살아 보세’ 이데올로기를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중남미와 달리) 박정희 정부의 경제 개입이 차별화에 반하는 재분배 위주가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시장친화적’ 형태로 이뤄진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한국이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자유주의는 발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에 대해 “진보건 보수건 사람들이 ‘좋은 삶’에 대한 각자의 판단에 따라 외부의 간섭과 보호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을 설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정치적 이상인 반면 민주화 이후 집권한 진보세력들의 형태는 그와 달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에 ‘정치적 도덕주의’가 유행하면서 치료사 노릇하는 국가, 역사를 바로잡는 국가, 정의를 설교하는 국가라는 독특한 정치시스템이 탄생했다”며 “이런 성향은 결국 자유와 자율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복거일 씨는 ‘자유주의의 진화와 미래’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엄혹했던 근세사의 영향 아래 개인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민족사회주의’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은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재단법인 자유기업센터로 출발해 2000년 자발적 기부금 모금을 통해 독립적 싱크탱크로 거듭났다.
자유기업원 초대 소장을 지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유기업원이 설립 초기에 주장했던 아이디어들이 최근 사회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