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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 엉성… 엉뚱…시민단체 보조금, 곳곳서 샌다

입력 | 2007-04-12 03:01:00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사업 명목과 다른 사업을 벌이거나 아예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는 등 부적절하게 국고보조금을 사용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고려대 거버넌스연구소에 용역을 맡겨 작성한 ‘2006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사업 종합 평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행자부는 지난해 민간단체의 148개 사업에 모두 49억 원을 지원했다.

▽주먹구구식 사업 진행=11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단체인 ‘환경과 생명’은 수돗물 불소화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 내겠다며 ‘시민합의회의’ 개최 명목으로 27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조정위원회 구성에 실패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단체들의 부실한 회계 처리를 지적하며 지난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148개 사업 중 34개가 회계 처리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 범대위) 소속 단체로, 지난해 불법 폭력 시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의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운동 명목으로 지난해 3000만 원을 지원받았으나 미흡한 회계 처리를 지적받았다. 보고서는 이 단체에 대해 “당초 집행을 계획했던 보조금 사용과 실제 집행된 것이 차이가 크다”고 평가했다.

보조금을 사업 계획과 다른 곳에 사용한 단체도 있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청소년 평화교육’ 명목으로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부산YMCA는 ‘너희가 한미 FTA를 아느냐’는 행사를 진행해 “본 사업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소재의 다양화도 좋지만 균형 잡힌 프로그램 제작이 요구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보고서는 결론에서 ‘현재의 사후 평가가 아닌, 사업 진행 내내 평가를 해야 하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우수한 사업성과를 낸 단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행자부 관계자는 “최종 회계 평가가 끝난 뒤 실적이 부진한 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폭력 시위단체 국고 지원 제외 이뤄질까=행자부는 올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한 비영리민간단체의 413개 사업에 대해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명재 장관이 취임 후 여러 차례 “불법 폭력·집단행동에 가담한 어떤 단체든지 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해 다음 달 1일 발표될 선정 결과가 주목된다.

행자부는 올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을 공고하면서 공문에 ‘불법 폭력 시위단체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예산 심의 부대 의견과 조례 개정을 통해 불법 폭력 비영리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폭력 시위단체를 규정하기가 쉽지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불법 폭력 시위단체를 규정한 법령이 없다. 또 불법 폭력 시위는 평택 범대위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 소속 단체 중 어느 단체가 실제 폭력에 가담했는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행자부 하병필 주민참여팀장은 “현재 경찰청과 협의해 불법 폭력 시위단체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구속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명단을 작성하고 있으나 이들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분류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배 의원은 “불법 폭력 시위를 벌이는 연대 단체에 가입한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폭력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보조금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