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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집! 맛의 비밀]경기 용인시 ‘윤정진의 기흥별당’

입력 | 2007-04-13 03:05:00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곳은 오랜 전통이 있는 집은 아니다. 하지만 주인장(윤정진 씨·39)의 이름 석자 때문에 미식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윤 씨는 ‘새로운 맛의 탐구자’로 유명하다. 프랑스 요리에서 출발해 퓨전 요리로 명성을 쌓은 뒤 2002년부터 한식의 세계화라는 쉽지 않은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요리와 관련된 다양한 방송 활동에서 맛깔스러운 입담을 과시해 요리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주방을 지킨 곳에서는 언제나 허를 찌르는 ‘맛의 역전극’이 펼쳐졌다. 기흥별당(031-286-0285)에서 내놓은 것은 ‘키조개 전복 등심 구이’다.

○ 주인장의 말

방송에서 전국으로 맛집 투어를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전주의 콩나물국밥 집에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뜨겁지 않은 데도 얼큰하고 깊은 맛. 거기에 주변 가게와 공존하는 경영의 지혜까지…. 내리 세 번을 갔더니 주인 할머니가 ‘이 동네 사는 놈이 아닌데 뭐하는 놈이냐’고 하시더군요. 요리한다고 했더니 ‘미친 놈’이라는 말이 돌아왔죠. 지금 생각해도 제가 미칠 만했습니다.(웃음) 그 무렵 잘 아는 기업 회장님이 음식의 색깔을 바꿔 보겠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그 댁의 음식하시는 분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죠. 그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장이며 김치 담그는 법을 처음부터 배웠습니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 전국을 네 바퀴 돌았는데 결론은 음식 재료 자체의 힘이었습니다. 양식은 계량화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레시피에 따라 맛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식은 오묘한 장맛이 기본인데다 수많은 재료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져 정말 어렵습니다.

키조개 등심 전복 구이는 이곳의 ‘삼합(三合) 구이’입니다. 전복과 우윳빛 키조개, 부드러운 등심의 하모니를 만들고 싶었어요. 맛과 색의 궁합이 괜찮다고 자부합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새 송이와 함께 먹는 구이 삼합의 씹는 맛이 부드럽습니다.

▽주인장=전남 장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좋은 재료가 좋은 요리의 어머니입니다. 수산시장에서는 절친한 요리사끼리 만나도 오늘 뭘 샀는지 서로 얘기 안한다는 말이 있죠.(웃음)

▽식=메뉴판을 보니 소머리국밥, 갈비탕, 해천탕(전복 요리), 민물 참게장…. 너무 욕심이 많은 게 아닙니까.

∇주=소머리국밥은 어머니가 평생 하던 음식이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 데 손이 못 따라가요.

∇식=젊은 요리 고수(高手)로 명성이 자자한데요.

∇주=뛰어난 요리사는 별 재료 없이도 뚝딱뚝딱 쉽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사람이죠. 온갖 재료를 쓰면서 음식 만드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전 아직 멀었어요.

식사 중 또 다른 삼합이 나왔다. 살얼음이 남아 있는 묵은지와 비계가 두툼한 지리산 흑돼지, 그리고 다시마의 조합이다.

∇식=이 삼합이 더 낫다면 과장일까요.

▽주=묵은지를 약간 얼렸다 비계가 두툼한 놈에 싸 먹어야 제 맛입니다.

∇식=푸드 분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데요.

▽주=과거에는 오너가 주방장을 뽑았지만 이제 주방장이 오너를 선택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인=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