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직접 보고 체험하면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의 견학은 더 특별하지 않을까. 왼쪽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 GM대우 부평공장, 한국도자기 청주공장. 사진 제공 각 회사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이달 초 휴가를 내 남해안을 돌았던 한수해(35·충북 충주시 연수동) 씨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들른 것을 가장 인상 깊은 여행 일정으로 꼽았다.
“남해 여행 계획을 세우다 관광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조선소를 택했다. 여섯 살 된 아이가 큰 배를 보고 놀라워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 씨 가족은 폭 131m의 세계 최대 규모 독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유조선 등이 건조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1시간가량 견학을 마친 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장승포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과 외도 등을 둘러봤다.
여행에 견학 프로그램을 곁들이면 여행의 즐거움과 교육적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여행길에 자녀와 함께 찾으면 좋을 만한 국내 공장의 견학 프로그램을 물색했다(표 참조). 아쉽게도 한국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나 전자업체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거제도 조선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2곳에서 대형 선박이 건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하루에 2차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총견학시간은 1시간. 방문객들은 거대한 배의 규모에 탄성을 지른다. 배보다 훨씬 큰 조선소 규모에 또 한번 놀란다. 최근 언론들이 조선업 호황에 대한 기사를 자주 다루면서 조선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견학 신청은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방문자가 많은 편이므로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평일에만 운영한다. 조선소 인근에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한려수도 해상공원이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해금강과 외도를 비롯해 거제 포로수용소, 몽돌해수욕장 등의 볼거리가 있다.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은 한번 맛보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별미다.
◇울산의 중공업
울산과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한 남동해안 연안에는 중공업 업체가 많다. 자동차(현대자동차)와 철(포스코), 휘발유(SK㈜)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모두 각 회사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는다. 울산 현대자동차를 견학하는 시간은 총 1시간. 아반떼와 투스카니 조립 과정을 볼 수 있고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도 견학할 수 있다. 자녀가 견학하는 동안 부모가 자동차 산업의 수출 기여도, 수출과 경제의 상관관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 등을 설명해 준다면 금상첨화. 거북 한 마리가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는 반구대는 기암괴석과 계곡이 어우러진 절경이다.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로도 유명하다. 인근 장생포에서는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다. 고래박물관도 있다. 울산 인근 바다는 대게가 잡히는 곳이다. 근처 정자해변을 찾아가면 대게식당이 밀집한 대게 골목을 만날 수 있다.
◇포항제철소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를 방문하면 모래밭에 거대한 제철소를 세운 이들의 땀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총견학 시간은 1시간가량. 최신 제철 공법인 파이넥스 공정을 둘러보고 제강공장, 연속주조공장, 열연공장도 견학한다. 평일에는 단체 견학 위주로 운영되고 휴일에는 개인(가족) 견학이 가능하다. 휴일 견학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포스코는 전남 광양에 있는 광양제철소에서도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 주변 관광지로는 한반도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호미곶이 있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옆에 있는 국립 등대박물관도 유명하다. 내연산에는 수목원이 있다. 경주에서 멀지 않으므로 경주 코스와 묶어 여행 일정을 짜면 좋다.
◇청주 도자기
한국도자기 공장을 방문하면 도자기의 제조 과정을 보면서 한국도자기의 특성을 배울 수 있다. 소요 시간은 40∼50분. 한국도자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견학은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방문객에게는 도자기 상식집과 황소그림접시를 선물한다. 주변에는 청남대와 고인쇄박물관, 청주박물관, 대청댐, 문의문화재마을 등의 관광지가 있다.
◇평택 우유공장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평택공장이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업계 공장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분유와 우유,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우유가 살균되는 과정이나 요구르트가 발효되는 과정 등에 관심을 보인다. 순수 견학 시간은 1시간가량. 회사 측이 점심을 제공한다. 홈페이지로 신청하면 되지만 신청자가 많아 견학 일정이 밀려 있는 편이다. 발안 쪽으로 가면 목장이 있어 들판을 거니는 소를 볼 수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기업체가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회사주요 견학 내용신청 방법주소주변 관광지행남
자기본차이나의 특징 및 제조 과정 등 소개에 1시간, 점심식사 1시간, 명승지 관람 1시간전화(02-3019-3073)로 신청. 단체만 가능경기 여주군 점동면 장안리 716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 명성황후 생가, 목아박물관, 이천의 온천목욕탕
샘표
식품콩을 찌는 과정, 메주를 띄우는 과정 등 총 40분www.SEMPIO.com
단체만 가능(5월 1일부터 인터넷 접수)경기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이천·여주·광주의 도자기 비엔날레(4월 28일∼5월 27일), 온천, 설봉산 등산 삼성
중공업초대형 선박 건조 과정, 골리앗 크레인 작업 모습 등. 버스를 타고 100만 평의 공장 부지를 돌며 30분가량 견학www.shi.samsung.co.kr으로 신청. 개인, 단체 가능경남 거제시 신현읍 장평리 530한려수도 해상공원, 해금강, 외도, 거제 포로수용소, 몽돌해수욕장
대우
조선
해양액화천연가스선, 초대형 유조선의 건조 현장을 견학하는 데 약 30분 소요www.dsme.co.kr로 최소 4일 전 신청. 개인 방문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개인, 단체 가능경남 거제시 아주동 1한려수도 해상공원, 해금강, 외도, 거제 포로수용소, 몽돌해수욕장현대
중공업선박은 물론 석유 시추시설과 같은 해양설비 등을 보는 데 약 50분www.hhi.co.kr로 신청. 개인, 단체 가능울산 동구 전하동 1장생포 고래박물관, 반구대 암각화현대
자동차아반떼와 투스카니 조립공장(30분),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15분) 등 총 1시간www.hyundai-motor.com으로 신청, 개인, 단체 가능울산 북구 양정동 700반구대, 대왕암 송림, 파래소폭포
GM
대우자동차 발달사, 생산 과정, 디자인 과정 등 총 1시간 30분전화(032-520-2144)로 신청, 20명 이상의 단체만 가능. 1∼2개월 전 예약인천 부평구 청천동 199-1소래포구, 월미도공원, 인천 차이나타운,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문학경기장 내 어린이 체험 박물관한솔
제지원료 투입 과정과 종이를 생산하는 기계(초지기) 등 총 40분전화(041-955-1218)로 신청, 단체만 가능충남 서천군 장항읍 화천리 481-8문헌서원, 동백꽃 군락지 동백정, 한산모시관한국
야쿠
르트발효유 제조 과정 등 총 2시간 40분야쿠르트 아주머니나 영업점에 신청. 단체만 가능충남 천안시 차암동 54-2독립기념관, 유관순 열사 기념관
동원
F&B김치의 역사와 영양, 제조법 등 총 2시간 전화(043-535-0061)로 신청. 개인, 단체 가능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광혜원리 373왜가리 서식지, 백곡저수지, 보탑사한국
도자기도자기의 특성과 제조 과정. 오전 9시 30분∼11시, 오후 2∼5시 2차례 견학. 소요시간 40∼50분www.hankook.com고객지원란에 들어가면 견학 안내 있음. 개인, 단체 가능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27-10청남대, 대청호, 문의문화재마을, 청주고인쇄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포스코원료가 들어오는 부두, 고로, 연속주조공장, 열연공장 등 총 60분 소요www.posco.com으로 신청. 평일에는 단체견학, 휴일에는 가족단위 개인견학.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 5포스코 역사관, 호미곶, 국립 등대박물관, 내연산 보경사공장 소재지 순. (자료: 각 회사)
▼장소 선정 땐 ‘아이의 관심’이 최우선▼
견학 장소를 선정할 때는 무엇보다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인지를 따진다.
국제청소년문화협회 부설 현장체험학습협회 김병진 사무국장은 “아이가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탐색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부모 욕심 때문에 견학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자료를 찾는 것이 좋다. 예컨대 조선소를 견학한다면 배를 주제로 한 책을 미리 읽어보는 식이다.
견학 신청은 대부분 해당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미리 신청해 날짜를 확정해야 한다. 견학이 시작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행 일정을 짤 때 참고한다. 주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여러 가족이 함께 여행한다면 견학에 유리하다. 단체 견학만 시행하는 곳도 많기 때문.
견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같이 가는 어른, 즉 부모나 인솔자다. 부모가 배경 지식을 조금이라도 익히고 가면 훌륭한 교사가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능숙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자랑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아이가 카메라를 다룰 줄 알고 촬영이 가능한 여건이라면 견학하는 동안 아이가 직접 사진을 찍도록 한다.
다녀온 뒤 그림일기나 보고서 등을 함께 만들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른 친구들을 위해 안내지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 함께 구상하면서 작은 책자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직접 찍은 사진 등을 붙이면서 아이 스스로 견학 때 느낀 점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체험학습은 아이의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미취학 아동의 체험학습은 ‘학습’이 아니라 ‘놀이’여야 한다. 학습 위주로 접근하면 학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체험학습을 하기도 전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주제와 시설에 상관없이 재미있고 신나게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고른다. 또래가 많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는 관심 분야를 넓힐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체험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생태 분야 체험을 하더라도 여러 종류의 동물과 식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동물원이나 식물원이 적절하다.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미리 준비한다. 체험학습이 끝나면 그림일기를 그리도록 유도한다.
3∼4학년생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좀더 구체적인 생각을 하면서 지식을 소화할 수 있다. 과학관 박물관 등을 찾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개념 형성을 돕는다. 관련 분야의 전문 해설가나 강사 등과 함께 가는 것도 좋다.
5∼6학년 즈음은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이 드러나는 시기다.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에 스스로 책이나 신문, 인터넷을 뒤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한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모해 현장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