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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한국문화 신비 벗기기’ 외국인 사랑방

입력 | 2007-04-13 03:05:00

프랑스 건축가인 잘리콩 D.P.J 파트너 대표가 건축에 응용되는 풍수지리설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Did you sleep well?) 한국에서 이런 인사말이 유행한 것은 창호지 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를 충분히 막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죠.”

“아하∼” 이제야 이해가 됐다는 듯 좌중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10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 한라홀에서 열린 코리아 CQ(Korea CQ)의 제5회 문화강좌. CQ는 문화(cultur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협력(cooperation)의 영어 머리글자와 ‘지수(quotient)’를 합친 단어로 코리아 CQ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모임이다. 회원들로는 업무상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많다. 제인 쿰스 뉴질랜드 대사, 노르베르트 바스 독일 대사, 톰 헥트 GS 칼텍스 부회장, 사이먼 몰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객실이사, 나게시라우 파르타사라티 인도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강좌는 불교에서 배우는 21세기 경영의 지혜, 한국 약선 음식과 궁합 및 한국의 폭탄주 등 외국인들뿐 아니라 한국인이 듣기에도 흥미를 끌 만한 주제들이 많다. 주로 국내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를 강사로서 초빙하지만 한국 문화에 심취한 외국인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3일에는 프랑스 건축가인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씨가 ‘한국의 정취와 한옥, 경주·풍수지리설’이란 강의로 관심을 모았다.

“서울의 문제는 남산과 관악산의 화기가 너무 세서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궁궐 주변에 큰 솥을 세우고 계단이나 다리에 수달 같은 바다 동물을 조각했지만 잦은 침략에서 주요 목조 건축물이 화재로 소실되며 이러한 우려가 사실이 됐습니다.” 잘리콩 씨의 설명은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풍수지리는 산맥과 수맥을 통해 흐르는 땅의 기운을 감지하고 다스려서 기(氣)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건축물을 세우는 이론”이라며 자신의 건축물에도 풍수지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프랑스 학교를 지을 때 깨어남과 유년을 상징하는 동쪽이 열려야 하는데 방음벽이 앞으로 가로막고 있었죠. 그래서 건물 외벽 디자인에 동쪽을 의미하는 도교의 상징을 사용해 해결했습니다.”

이 모임에는 외국인들만 가입 하는 것은 아니다. 김묘숙 테디베어 박물관 대표나 권준모 넥슨 회장처럼 한국인들도 있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화(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씨는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든 모임이지만 다양한 국적으로 모임이 구성되다 보니 해외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특히 사업가들의 참여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