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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 다이어리] 우리의 ‘밤’도 뜨거울 수 있다!

입력 | 2007-04-13 03:05:00


“외로워서 어떻게 혼자 살아?”

내가 20대 후반이던 시절까지만 해도 이렇게 물어 오던 사람들이 요즘엔 “밤이 외로워서 어떻게…?” 하며 뭔가 은밀한 분위기로 돌변한다. 말은 같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당장 바늘 한 쌈 선물할 태세다.

옛날 어르신들은 ‘시집도 못 가고’ ‘장가도 못 가고’라는 말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무능력자라 몰아세웠지만, 요즘은 싱글 그 자체만으로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우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싱글은 연애도 안 하는 사람’이라는 초인적 개념이다.

더 믿기지 않는 것은 싱글이 누군가와 잠자리를 같이하면 ‘발칙한 날라리’가 된다는 사실. 여자는 당장 이마에 주홍 글씨 하나 붙고, 남자는 ‘생물학적 본능이 앞서는 바람둥이’라고 내몰린다.

“싱글의 밤도 당신의 밤처럼 뜨거울 수 있다!”라고 큰소리쳐 본들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뭐 자랑이라고….’ 슬쩍 눈을 흘기는 것이다.

싱글은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욕망마저 거세된 채 살아가는 내시의 운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삶의 형태가 다를 뿐이지 생물학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아니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모두가 의심하는 그런 ‘밤의 외로움’ 따위를 떠올릴 겨를도 없다. 바쁜 일과에 지친 몸 잠재우기도 바쁘다. 더블들은 밤에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그것’뿐인지 모르겠으나(?), 싱글은 ‘그것’ 외에도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싱글은 결혼을 안 하는 것만 아니라, 연애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싱글은 수도 생활 아닌 수도 생활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편견에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들 듯, 미혼 남녀가 서로 불꽃 튀는 로맨스를 키우는 것에 왜 그런 경계를 두어야 할까.

난 오히려 불나방처럼 타 들어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유부남, 유부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로맨스를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성과의 연애는 삶에서 자양강장제 같은 거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애정을 쏟아 붓는 그 시기만큼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때는 없다. 로맨스가 주는 뜨거운 열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좀 더 온화하게 하고 마음을 부드럽게 하기도 한다.

행복으로 충만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더 관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고 깊다는 것을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싱글이라고 연애도 마다하며 온기 없는 구들장처럼 살지 말자. 활활 타올라 이 한 몸 태워 버릴 로맨스라면 언제라도 팔 벌려 환영하자. 세월이 사람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세월이라는 것에 몸도 마음도 변해 가면 어느 순간 사랑이나 열정 따위 아무렇지도 않은 무덤덤한 날도 온다. 사랑도 연애도 때가 있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자유롭다고 부르짖는 싱글이 연애에 인색하다면 어울리지 않는다.

황명화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