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방자치단체는 후보지에 대한 항공촬영까지 마친 상태예요. 문경이 이제 와서 신청을 하는 건….”
“다른 지역 후보지 3곳을 모두 둘러봤습니다. 문경이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일단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지난해 8월 2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이 체육부대 유치를 위해 서류 뭉치를 들고 갔던 경북 문경시 관계자들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경북 영주시를 비롯해 충북 진천군과 괴산군 등이 지난해 초부터 체육부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
유치 신청은 했지만 문경시 안팎에서도 “뒤늦게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승산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경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전략과 강한 의지로 결국 11일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체육부대 이전 계획을 알게 된 신현국 시장은 “비록 신청은 늦었지만 문경의 뛰어난 생활체육 및 관광레저 기반을 활용해 추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유치팀을 결성했다.
이후 신 시장은 유치팀원들과 함께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 체육부대, 한국토지공사 등을 50여 차례 방문하면서 문경이 최적지임을 설득했다.
국회 국방위원 비서관들은 신 시장의 얼굴만 봐도 “체육부대 유치가 잘되고 있느냐”고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지난해 9월 열린 유치희망 4개 시군의 합동설명회 때에는 문경지역 다도회원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관계자 등에게 전통 찻사발에 오미자차를 대접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어 신 시장은 넙죽 큰절을 올린 뒤 문경시민 1만8000명의 유치 염원 서명서를 전달했다.
세 차례 평가에서 문경시는 접근성과 훈련 여건, 지자체 의지, 부대원 선호도 등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 특히 체육부대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문경은 다른 지역 지자체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았다.
문경시 혁신정책담당관실 이종필(46) 체육부대유치팀장은 “국방부와 체육부대를 다니면서 실무자를 대상으로 문경의 적합성을 끈질기게 설명한 것이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체육부대 유치로 문경은 폐광지역의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 내고 ‘스포츠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치 확정 이후 절차를 협의하기 위해 12일 체육부대를 찾은 신 시장은 “1%의 유치 가능성을 믿고 추진했지만 8만 시민과 출향인사들의 응원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체육부대 유치를 지역 발전의 기폭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8000억 원을 들여 2009년까지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 일대 148만 m²(45만 평)에 국제 규격의 축구장과 야구장, 수영장 등 23개 종목의 체육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