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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탈북 청소년 외면… 외교부 퇴출 1호”

입력 | 2007-04-13 16:36:00


연초에 납북어부 최욱일 씨를 박대해 물의를 일으켰던 외교통상부가 이번엔 탈북 청소년을 외면해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외교부는 탈북 청소년 3명이 밀입국 죄로 라오스 구치소에 수감된 넉 달 동안 단 한 차례도 면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송 위기에 처했던 이들이 미국 정부와 일본 탈북자 단체의 도움으로 곧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13일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안도의 목소리와 함께 외교 당국을 질책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탈북자 지원단체인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의 가토 히로시(加藤博) 사무국장이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알았다’고만 할 뿐, 수감기간 단 한 차례의 면회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인터넷은 더욱 들끓었다.

‘문정민’ 씨는 외교부 홈페이지에 “국가를 망하게 하는 외교부”라며 “미국과 일본의 도움으로 북한 청소년을 구하고 한국 외교부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니, 일본에서 우리를 우습게 여길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동기’ 씨는 라오스 대사관의 폐쇄를 건의하면서 “헌법상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자국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는 국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조직기강과 공무원의 직무의식이 이 지경인가 염려된다. 송 장관께선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대사관 직원은 전부 직무유기로 콩밥 드시게 하는 게 어떨지”라고 말했다.

‘전은영’ 씨는 “외교관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라며 “유사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뭔가 사연이 있겠지 하며 애써 자위했으나, 더는 못 하겠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외교의 실체에 대해 얘기 해야겠다”고 말했다.

‘Beijing486’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사관, 영사관 직원들은 자녀들 등교 시킬 때, 골프 치러 갈 때, 행사장에 얼굴도장 찍을 때, 바로 그 순간에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mi0667’는 네이버에 “저런 공무원들이 퇴출 1호”라며 “말도 안 되는 라오스 대사관 공무원들을 다 불러다가 정리 해고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오스 주재대사 “석방위해 최선 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재현 라오스주재 한국대사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탈북청소년 3명의 안전을 위해 공식, 비공식으로 모든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단 한 차례도 면회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이들이 북한 국적이기 때문에 대사관측에서 공식적으로 나서는데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라오스 정부는 물론 북한 대사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성급히 다룰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 씨 남매는 미국행 원해”▽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 http://www.rfa.org)은 이들의 구출 노력에 직접 관계하고 있는 워싱턴의 한 정통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북한 청소년들의 석방 문제가 라오스 당국과 외교적으로 잘 해결되고 있다”며 “이들이 강제로 북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라오스에 곧 설 명절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르면 며칠 내에 석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FA는 또 ‘북조선난민구원기금’측이 국제사회에 석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최향(14·여) 최혁(12) 남매와 최향미(17) 양 세 사람으로 모두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다. 함경북도 출신인 이들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태국으로 가기 위해 메콩 강을 건너 라오스 국경을 넘다 붙잡혀 3개월 형을 선고받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근교의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RFA에 따르면 최 씨 남매는 미국으로 가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