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그건 분명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늘 그 비결이 궁금하다. 1999년 이래로 한국 밥솥 시장 점유율 1위를 쭉 달리고 있고, 지난해 말까지 총 1300만 대의 ‘쿠쿠’ 밥솥을 판매한 쿠쿠홈시스. 쿠쿠 식 1위 비결은 무엇일까. 10일 경남 양산시 교동 쿠쿠홈시스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그 ‘밥솥 뚜껑’을 열어 봤다.》
○ 고객 e메일에 ‘24시간 내 답변’ 꼭 지켜요
눈길을 먼저 끈 건 통유리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방문이 활짝 열려 있는 본사 2층의 구본학(38) 사장실. 맞은편에 있는 구 사장의 부친인 구자신(66) 회장실의 문도 열려 있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사장실을 드나들며 선 채로 구두 보고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구 사장은 “자유롭고 원활한 내부 소통을 위해 방문을 항상 열어 놓는다. 우리 같은 중견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의사 결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중요한 전략회의를 하건, 어떤 중요한 손님이 왔건 방문을 늘 열어 놓는다는 것이다.
쿠쿠홈시스가 가장 중시하는 소통 대상은 고객. 하루 약 100통씩 접수되는 고객의 e메일은 전 임직원에게 전달된다. 구자신 회장도 “고객의 따끔한 지적과 건의 내용이 담긴 e메일을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고객 e메일에 대해서는 ‘24시간 내 답변’이 철칙이다. 아무리 하찮은 질문도 예외가 없다. 몇 년 전 TV광고 중 “쿠쿠하세요~쿠쿠”라는 목소리가 나가자 “처음 ‘쿠쿠’와 나중 ‘쿠쿠’가 같은 음이냐”는 문의가 접수됐다. 마케팅팀이 광고대행사에 음폭 측정까지 의뢰해 ‘동일한 음’이라고 e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쿠쿠홈시스의 신제품은 대부분 고객과의 이 같은 소통 과정에서 착안된다. 2004년 접수된 “남편은 잡곡밥을 좋아하고, 아이는 흰 쌀밥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주부의 의견은 한 번 취사로 2종류의 밥을 할 수 있는 ‘쿠쿠 나누미’를 탄생시켰다.
압력밥솥의 밥이 다 된 뒤 증기가 조용히 배출돼 주부들이 놀라지 않게 만든 ‘소프트 스팀 캡’이나 밥물이 물받이로 흐르도록 해 청소를 손쉽게 한 ‘밥물 고임 방지 배수로’도 고객의 소리가 반영된 기술이다.
○ “마당에 쌓아 뒀던 6000대의 밥솥을 잊지 말자”
쿠쿠홈시스의 전신인 ‘성광전자’는 대기업의 협력업체였다. 1981년 이 대기업의 가전제품을 쓰던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자 특별한 이유 없이 성광전자가 납품한 전기밥솥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구 회장은 이 때문에 대기업 납품이 중단되자 전국 매장에서 같은 품목의 밥솥 6000개를 전부 수거한 뒤 회사 마당에 무려 8년간 쌓아뒀다. 그 사건은 쿠쿠홈시스의 품질 경영 전통을 낳았다.
제품 하나가 생산될 때까지 370가지의 사전 테스트를 받고 이미 판매 중인 제품도 분기별로 수거해 다시 점검한다. 이창룡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없는 테스트를 받고 난 뒤 버려지는 시제품만 일주일에 약 8t 트럭 한 대 분량이 나온다”고 말했다.
양산=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