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어리랏다/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388쪽·2만8000원·돌베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사무소 건물은 한옥이다. 한옥에서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일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유쾌하다. 이 동사무소는 기존 한옥의 벽체 상당 부분을 철거하고 통유리를 설치해 전통과 모던의 조화를 구현했다. 이것은 행정의 투명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주거 공간을 넘어 상업이나 사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옥. 이처럼 한옥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선뜻 한옥에서 살겠다고 마음먹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바람을 넣기에 충분하다.
건축가 사진가 출판인 대목수 문화재전문가 주부 등이 말하는 한옥 체험담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의 한옥을 비롯해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옆의 레스토랑 두가헌, 종로구 가회동의 e믿음치과, 종로구 혜화동 동사무소 등 주거 상업 문화 업무공간으로 사용되는 한옥 27채의 내력, 수리하게 된 사연, 전통과 실용의 조화, 효과적인 활용법을 담았다.
건축가는 건축가대로, 주부는 주부대로 자신의 느낌을 말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맹목적 예찬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연결된 것이어서 좀 더 편안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18년 전, 서울 강남의 8학군을 떠나 북촌마을의 한옥으로 이사 온 주부 조향순 씨의 얘기가 특히 실감난다.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옥의 매력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집’이라는 점. 한 현대 건축가는 “한옥은 내 건축이 도달하고 싶은 건축의 지향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