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수성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작문시간에 조별 대표가 주제 토론을 하면 나머지 학생들이 내용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수원=박영대 기자
“삼성맨도 수성고에서는 울고 간다.” ‘수성특목고’로 불리는 경기 수원시 수성고 학생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엄한 교육을 받느라 고생스럽긴 하지만 성과는 탁월하다는 자부심이 이 말에 깔려 있다. 수성고는 학원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딱 부러지게 공부시키고 생활습관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11일 이 학교에 들어서자 다른 학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체육 수업을 받는 1학년생들은 30여 년 전통의 남색 체육복 차림에 길이 2cm의 짧은 머리모양을 하고 있었다. 축구 경기를 할 때도 까만 헝겊으로 만든 실내화 주머니를 등에 메고 달릴 정도로 생활규칙이 철저했다. 휴대전화는 아예 학교로 가져올 수도 없다.
‘떡매’는 엄격한 생활지도를 상징하는 수성고의 전통이다. 너비 5cm, 길이 50cm인 떡매는 ‘사랑의 매’다. 학부모들은 학년 초에 떡매 수십 개를 손수 만들어 학교에 전달한다.
3학년 학부모 최대성(48) 씨는 “떡매는 체벌용이라기보다는 내 자식의 미래를 학교에 일임하겠다는 학부모의 뜻을 학교에 전하는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 참여율은 90%가 넘는다. 1, 2학년생은 오후 10시 반까지다. 3학년생 교실은 오후 11시가 돼야 불이 꺼진다.
이런 노력은 진학 실적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7명, 고려대 15명, 연세대 11명, 의대·치대·한의대 14명 등 올해 졸업생 473명 가운데 468명(99%)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3학년 강동현(18) 군은 “학교에서 공부를 웬만큼 해결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며 “보충학습이 꼭 필요한 친구들은 주말에나 학원에 간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철저한 지도가 ‘학원 외면’의 원동력이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3학년 담당 교사는 매일 전원이, 1∼2학년 담당 교사는 절반가량이 남아 학생들을 지도한다.
수성고는 시험을 자주 본다. 중간·기말고사 외에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은 격주로 주간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항상 공부해야 한다. 문제는 200∼300자의 답안을 요구하는 서술·논술형이다.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면서 논술 준비도 하는 셈이다. 평가 결과는 개인상담 자료로 쓰인다. 교사들은 학생별로 부족한 과목을 파악해 수준별 방과 후 수업 계획을 짠다.
수성고는 올해 경기도교육청의 ‘통합논술 특성화 고교’로 지정됐다. 올해는 신입생이 입학식도 하기 전에 논술진단평가를 치를 정도로 논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주 1시간의 정규 논술수업 외에도 방과 후 학년별로 5개씩 논술 강좌가 열린다. 2학년의 경우 △신문으로 시사문제를 익히고 토론하는 ‘시사토론반’ △상위권 60명을 대상으로 한 ‘통합논술반’ △6단계별로 40시간씩 이수하고 최종 시험에 합격해야 상위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인증제 논술반’ 등 수준별 강좌가 다양하다.
수성고는 논술시간에 동아일보의 논술섹션 ‘이지논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자기 의견을 덧붙이거나 논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 매주 담당교사에게 제출한다.
이세영 논술담당 교사는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 다른 학교에 비해 내신이 불리한 편”이라며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논술을 전략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