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미 역사상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 AP 통신의 짤막한 보도로 시작돼 세상에 알려졌다.
AP 통신은 16일 오전 9시 22분(현지시간)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는 한 줄짜리 긴급 기사를 내보냈다. 오전 7시 15분 기숙사에서 첫 총격 사건이 발생한지 2시간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10분 뒤 1명이 죽고 1명이 부상당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며 전 세계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오전 10시 27분(현지시간). AP 통신은 대학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상자가 7~8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오전 9시 45분 대학 캠퍼스 강당에서 총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지 42분 뒤였다.
이 때부터 각 언론들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메인 기사로 다루면서 속보경쟁을 펼쳤다.
CNN 통신은 하루 종일 이 사건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사소한 증언과 단서도 빠뜨리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다른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용의자가 영주권자인 한국인 학생이라는 것을 맨 처음 보도한 언론은 워싱턴포스트였다.
미 언론들은 사건 속보에 전력을 쏟으면서도 최악의 총기 참사에 경악하며 애도를 표시했다. 특히 안일한 대학의 위기대처 시스템과 느슨한 미 사회의 총기 규제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하루 종일 궁금증을 모았던 용의자의 신원은 17일 오전 9시 20분 경 (현지시간) 결국 한국 국적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의 헤드라인 제목에 '한국'이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언론은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몇몇에 불과했다. 주요 언론은 대신 "범인의 신분이 밝혀졌다", "범인은 같은 대학 동료였다" 등의 제목을 뽑아 이번 사건이 인종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