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출연 중인 아역 탤런트 서신애. 깜찍한 연기로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진 제공 MBC
“에이즈가…뭐야…엄마?”
아이의 물음에 당황스럽다. 정말 에이즈 걸린 꼬마의 애처로움이 눈에서 아른거린다.
하지만 이내 활짝 웃는다. 에이즈에 걸린 아이가 보여 주는 미소는 눈부시다.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작은 입술…. 보통 아역 배우들처럼 인형같이 예쁘진 않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예쁘다고 난리다. MBC 수목 드라마 ‘고맙습니다’(극본 이경희·연출 이재동)에서 미혼모 영신(공효진)의 딸 ‘봄이’로 출연 중인 서신애(9) 양은 한국의 ‘다코타 패닝’으로 불린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눈부신 날에’(감독 박광수)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신양은 서 양을 “최고의 여배우”라며 치켜세웠다.
극중 연기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때론 능청맞게, 때론 순수하게 뿜어져 나온다. 자유자재로 인물을 표현하면서 보는 이의 감성을 건드린다. 서 양을 17일 경기 양주시 만송동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났다.
“그냥 봄이를 연기하면 봄이가 되는 것 같아요. 봄이는 아프지만…, 씩씩하기 때문에 나도 씩씩해져요.”
기자가 바나나를 건네자 서 양은 반갑게 받았다. 친해진 덕분에 갑자기 반말도 나온다.
“연기는 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대본은 엄마랑 외워. (외우기) 어려워요. 그래도 재미있어요. 여기(촬영장)는 놀이터야. 유명해지는 거보다 연기가 좋아요.”
초등학교 3학년생인 그는 여섯 살 때 TV 광고를 찍으며 데뷔했다. 엄마는 여섯 살 된 딸이 어느 날 TV에 나오고 싶다고 하자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고 프로필을 만들었다. 그러자 연락이 왔단다. 보통 아역 배우와 달리 연기학원을 다녀 본 적이 없지만 여섯 살 때 한석규 주연의 ‘미스터 주부 퀴즈왕’에 출연했고 지난해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눈부신 날에’에 캐스팅됐다.
어머니 김수진 씨는 “연기를 할 때마다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본다”며 “엄마가 ‘네가 아픈 봄이라고 생각해봐’ 하면 금세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서 양의 별명은 ‘서 여사’. 한 번 가르치면 표정 연기는 물론 연기 동선까지 척척 해낸다.
기자가 “너 (연기) 천재니”라고 묻자 시큰둥하게 툭 던진다.
“TV에 나오는 이들의 표정을 그냥 따라한걸요.”
18일 방영분에서 봄이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이 병이 무엇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다. 그리고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가출을 한다. 이제 생명을 만개할 아홉 살 아이에게 아무리 연기라도 곧 죽을 운명이라니….
“슬퍼요. 봄이가 다른 사람들이 에이즈 걸릴까봐 가출하잖아요. 왜 가출을 해서 여러 사람 어렵게 하는지.”
“에이즈가 뭔지 아니”라고 묻자 그는 “알아. 빨리 죽는 병”이라고 말했다. 어른스럽다. 서 양은 인터뷰 도중 쉼 없는 촬영 탓인지 피곤해 보였다. 어머니는 그가 너무 빨리 어른 세계를 경험해 인성적으로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못되게 행동하면 ‘너한테 악마가 들어갔다’고 혼내요. 그러면 나는 ‘악마 좀 꺼내주세요’ 하고 외쳐요.”(웃음)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신애. ‘나루토’ ‘원피스’ 등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을 줄줄 외우며 “예쁜 옷 입은 공주보다 닌자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힘든 척 안했고요∼(드라마에 유행하는 말투). 엄마가 연기 못해서 혼내도 별로 잘 안 들어요.(웃음) 더 큰 꿈을 꿀 거니까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