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단 한 줄로 요약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즉 잘 ‘팔릴 만한’ 이야기 구조의 영화를 ‘하이 콘셉트’ 영화라고 한다. 2003년 500만 관객을 동원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하이 콘셉트 기획 코미디의 전형이었다. ‘동갑내기 남녀가 과외 선생과 제자로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좋아하게 된다’. 얼마나 단순명료하고 흥미로운가. 그러나 이런 콘셉트를 두 번 써먹기는 쉽지 않다.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관객들이 뻔히 알고 있으니. 속편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를 12편이나 개발했다는 그 고민을 알만하다. 그래서 결과는? 전편의 뼈대는 그대로, 거기다 온갖 비속어와 말장난, 과장된 몸짓으로 살을 붙였다.
19일 개봉하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는 ‘하이 콘셉트’ 영화 속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준다. 좋아하는 한국 남자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온 재일교포 준코(이청아)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주인집 아들 종만(박기웅)에게서 한국어 과외를 받는다. 억지로 과외를 하게 된 종만은 욕과 비속어를 인사말이라고 가르쳐 준코가 학교에서 망신당하게 만든다.
답답하다. 21세기의 관객이 ‘간장 공장 공장장’ 같은 발음 장난에 얼마나 웃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조폭 코미디도 아닌데 욕은 왜 그렇게 해댈까. 적재적소에 배치했으면 웃겼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만 계속 들이대면 진짜 피곤하다. 남자들은 툭하면 팬티를 보여 주며 난리고 우연히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뜬다거나 노래방에서 망가지는 장면 등 진부한 설정은 빼먹지도 않는다. ‘플러스 알파’를 위해 주인공의 상처를 보여 주며 갑자기 ‘진지모드’로 돌입하는 충무로 코미디의 강박은 여전하다. 마지막에 꽃미남 박기웅이 피터지게 얻어맞는다고 썰렁해진 마음이 따뜻해지진 않는다.
이청아는 일본인 같은 일본어, 일본인 같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연습 많이 한 티가 난다. 박기웅의 귀여운 미소와 죽도록 운동했을 몸매는 흐뭇하다. 그러나 배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콘셉트’만 있고 ‘이야기’는 없는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코미디는 웃기기만 하면 된다고? 맞다. 도대체 웃기지가 않아서 문제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