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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홍찬식]이우학교의 성공 비결

입력 | 2007-04-18 03:11:00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이우중고)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바로 옆에 있다. 이 학교는 일반 학교에 다니다 적응에 실패한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판박이 공교육’ 대신 차별화된 교육을 바라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는 곳이다. 학생들의 학력 분포 면에서 인근 학교와 다를 바 없는 ‘정상 학교’이고, 교육열이 높은 고학력 학부모가 많다.

이우학교는 도전정신으로 넘친다. 다른 곳을 놔두고 굳이 분당에 자리를 잡은 것부터가 그렇다. 기왕이면 소득 수준이 높고 사교육이 발달한 곳에서 대안학교의 힘을 보여 주겠다는 뜻이다. 공교육과 바로 옆에서 경쟁하고 싶었고 침체한 공교육에 역으로 자극을 주길 원했다.

자율 속 교사 학부모의 열정

45명의 교사는 오후 10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은 일찍 자리를 뜰 수 없다. 일반 학교의 ‘칼 퇴근’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은 입학 때 사교육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교사들은 수시로 ‘수업연구회’라는 걸 연다. 일반적인 시범 수업과는 다르다. 교사들은 주로 학생들의 태도와 반응을 살핀다. 수업의 어떤 부분에서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는지, 또는 주의가 산만해졌는지 체크한다. 그 결과를 축적해 수업에 반영한다. 철저한 수요자 중심 교육이다.

학부모의 참여는 이우학교를 이끄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교사들은 정보 공개를 포함해 학교 문을 활짝 열었고 학부모들은 도움을 요청받으면 언제든 달려갔다. 다른 학교는 정보 공개는커녕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오는 것조차 꺼린다. 이 학교 운동장에는 학부모 10여 명이 지난 1년 동안 주말마다 찾아와 만든 한국식 정자가 있다. 학부모를 교육의 파트너로 삼은 이 학교의 상징물이다.

개교 3년여 만에 교사, 교수, 교육전공 대학생들이 잇달아 방문할 만큼 이 학교는 유명해졌다. 올해 입시에서 처음으로 서울대에 두 명의 합격생을 냈지만 교사들은 입시교육이 아닌 ‘정상 교육’을 해 온 결과일 뿐이라며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우학교와 같은 교육 실험은 외국에서 더 활발하다. 미국 프로비던스의 메트스쿨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성공한 공립 대안학교다. 이 학교의 방침은 ‘한 번에 한 아이씩 가르친다’는 것이다. 개별화된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2000년 첫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진학하는 감격적인 성과를 올리자 미국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일본 후지(富士) 시의 가쿠요 중학교는 이 도시의 14개 중학교 가운데 학력 수준이 가장 낮은 학교였다. 역시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동네에 있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학교는 학생 4명을 한 조로 편성해 같이 학습하게 하는 ‘배움의 공동체’ 제도를 도입했다. 교육학자인 도쿄대 사토 마나부 교수의 이론을 적용한 것이었다. 1년여 만에 이 학교는 지난해 학력 수준이 가장 높은 학교로 변모했다.

3不정책이라는 시대착오

현 시점에서 국민이 공교육에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은 ‘발 빠른 변신’이다. 지금의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활로를 찾기 위해 유학을 보내고 특수목적고에 진학시키고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린다.

이우학교는 대안학교에 주어진 자율로 성과를 이뤄 내고 학부모에게 믿음을 줬다. 일반 학교처럼 정부가 규제를 가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외국에서 교육 실험이 활기를 띠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장려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양하게 하고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 해법이다. 그래야 교육이 달라진다. 정부는 3불(不)정책 같은 규제를 고집하면서 공교육의 위기를 막는 큰일을 한 것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단한 착각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