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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걸, 사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나

입력 | 2007-04-18 03:14:00


학교 내에서 리더로 떠오른 여학생들이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중고교에서 학급회장이나 전교 학생회장 중 여학생의 비율이 40%가량 된다는 본보의 조사 결과에 “여학생 학급회장이 과거보다는 많다는 사실은 감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리더 계층에서 여성 비율이 30%를 넘어서면 선진국 수준인데 이 수치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지금의 10대 여학생 리더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난 첫 세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의 여성 리더는 여성들끼리의 경쟁에서 이겨 리더로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리더들 사이에서 ‘구색 맞추기식’으로 여성 리더로 포장된 리더가 꽤 있다는 것. 이들은 또 ‘감성 리더십’, ‘모성 리더십’ 등 남성 리더에게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을 요구받았다.

‘연구공간, 여성과 정책’ 대표인 조은희(한양대 겸임교수) 씨는 “기존의 여성 리더들은 ‘유리천장(직장 내 여성 승진 차별)’을 깬 뒤부터는 오히려 소수여서 혜택을 받은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학교 내 여성 리더들은 남녀 차별이 거의 없는 학교에서 조직의 리더가 갖춰야 할 일반적인 덕목들로 남학생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리더십 훈련이 된 ‘준비된 리더’라는 점도 이들이 사회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을 밝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여성 리더 계층의 부상과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여성 리더의 발목을 잡는 허들(장애물)로 ‘계속근무 허들(일과 생활 병행의 어려움)’과 ‘리더역량 허들(리더십과 네트워킹 취약)’을 지적했다.

이 중 ‘계속근무 허들’은 점차 극복되고 있는 반면 ‘리더역량 허들’은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남녀 공학에서 리더를 맡아 본 여학생들은 충분한 리더십 계발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리더역량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리더 여학생이 사회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화여대 함인희(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이 능력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는 기존의 남성 중심적 구조가 유지되는 한 사회로 진출한 리더 여학생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회 리더로 성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조한혜정(사회학과) 교수는 “리더 여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잘한다’는 칭찬 속에서 자라 성 차별에 대해 남성보다 오히려 둔감할 수 있다”며 “이들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히려 남학생의 의식 변화를 더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학급회장과 전교 학생회장직에 여학생이 많이 배출됐다는 것은 남학생들이 여성 리더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뜻.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무려 92.4%의 남학생이 ‘내가 속한 조직의 리더가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