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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법원도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 아베 책임부정은 자기모순일 뿐”

입력 | 2007-04-18 03:14:00

일본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의 니시노 루미코 관장이 17일 도쿄 시내 외국특파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남아시아 일대에 있던 일본군 위안소들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보여 주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연행 과정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것은 지금까지 쌓인 역사 연구의 성과를 짓밟는 일이다.”

일본의 권위 있는 학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입을 열었다.

군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中央)대 교수를 비롯한 ‘일본의 전쟁책임자료센터’ 소속 연구자들은 17일 도쿄(東京) 시내 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정부에 △위안부 인권침해를 일으킨 주체가 일본군과 정부임을 명확히 인정하며 △국가가 법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및 보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요시미 교수는 “아베 총리는 군 관헌에 의한 ‘협의의 강제성’은 없었다는 데 집착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것으로 정부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나아가 “협의의 강제성이 있었다는 증거도 여러 곳에서 나온다”며 일본의 법원이 강제성을 인정한 중국 산시 성 피해자 재판, 생존 필리핀 피해자들의 여러 증언, 1994년 네덜란드 정부 보고서, 도쿄(東京) 재판에 각국 검찰관이 제출해 일부 증거로 채택된 조서를 예로 들었다.

니시노 루미코(西野瑠美子)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관장은 “아베 총리는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9건의 손해배상 청구 재판 과정에서도 일본 법원은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공식적으로는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 반성한 ‘고노(河野) 담화의 계승’을 말하면서도 ‘피해자 증언은 증거가 안 된다’고 하면 이는 모순에 가득 찬 ‘더블토크(이중발언)’”라며 “미 하원에 제출된 군위안부 결의안의 요점도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해 온 ‘분명하지 않은 사죄’”라고 질타했다.

왜 지금 기자회견을 하느냐는 질문에 하야시 히로미(林博史) 간토학원대 교수는 “1990년대 이후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군위안부는 성노예임이 확실하다는 성과들을 내놓았는데도 최근 일본 정부가 이를 공공연히 부정하며 일본 언론도 이를 적극 비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