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무산 위기를 맞았던 현대중공업의 영일만신항 배후단지 2단계 투자가 사실상 확정돼 경북 포항시의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과 박승호 포항시장은 17일 오후 포항시청에서 영일만신항 배후단지 2단계 투자사업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신항 내 33만 m²에 18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5만 t 규모의 선박건조용 블록(철강재)을 생산하게 된다. 이 블록 생산에 따른 매출은 연간 2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시는 2009년 8월로 예정된 신항 컨테이너부두 개항에 맞춰 이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2월 포항시와 공장 설립에 합의한 뒤 1단계로 2005년 11월 신항 배후단지 9만9000m²에 선박블록공장을 가동했으나 2단계 투자를 둘러싸고 포항시와 이견을 보여 논란을 빚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3.3m²(1평 기준)당 연간 1600원 수준의 임차를 주장한 반면 포항시는 25만 원(일부 35만 원)에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포항시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0월 ‘포항시의 요구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최종 통보를 보낸 이후에도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계속해 왔다.
올해 3월 말 포스코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주목 받는 연료전지공장을 신항 배후단지에 건립하기로 한 것도 배후단지의 입지조건이 좋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2단계 투자 계획은 현대중공업과 포항시가 공장 용지 가격에 합의함으로써 이뤄졌다.
포항시는 17일 양해각서 서명식에 앞서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을 위해 해병대 군악대 등이 참여한 환영행사를 시청 마당에서 개최했다.
현대중공업의 2단계 공장이 가동되면 상시 고용 인원이 2000여 명인 데다 가족과 계열사의 입주 등으로 인구 유입 효과가 약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경남 창원시의 강림중공업을 비롯한 선박건조용 부품제조업체 3곳이 신항 배후단지에 공장을 짓기로 해 2009년을 전후로 기업 유치로 인해 포항시의 인구가 2만여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의 인구는 2000년 말 51만6000여 명에서 지난해 말 50만6000여 명으로 2000년대 들어 점차 줄어드는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 곡강 죽천 우목리 일대에 조성되는 신항 배후단지는 총 594만 m² 규모.
포항시는 이 중 조선 관련 업체에 132만 m²의 용지를 할애하고 나머지는 자동차 부품업체와 정보기술업체에 분양할 계획이다.
포항시 신항만배후단지사업단 정연대 행정담당은 “배후단지 내에 복합주거단지를 마련해 입주 기업의 임직원들과 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아파트와 편의시설 등을 잘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