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질시의 대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쏟아지는 태양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오픈에어링·openairing) 컨버터블 운전대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가격이 1억 원대에 이르는 데다 대부분 2인승으로 실용성도 일반 승용차에 비해 떨어져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컨버터블의 신호탄은 기아차가 1996년에 내놓은 ‘엘란’이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 여건에 너무 이른 탓이었는지 소비자의 외면 속에 금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00년대 들어 컨버터블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03년 판매대수가 845대에 불과하던 컨버터블은 2004년 1160대, 2005년 1264대, 지난해 1277대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2007 서울모터쇼에서 GM대우의 G2X, 폴크스바겐의 이오스(EOS) 등 다양한 컨버터블이 소개된 것도 향후 ‘컨버터블의 전성시대’를 예상하게 한다.
현재 판매 중이거나 판매 계획이 있는 컨버터블을 가격대별로 알아본다.
○3000만 원대 컨버터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컨버터블은 푸조의 ‘206CC’로 한 해 팔리는 컨버터블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가격이 2980만∼3400만 원(이하 부가세 포함)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컨버터블 중 가장 저렴한 데다 표준 연료소비효율이 L당 11.8km로 경제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푸조는 206CC의 변경모델인 ‘207CC’도 조만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 카브리오’(3250만 원), BMW의 ‘미니쿠퍼 컨버터블’(3850만 원), 폴크스바겐의 ‘뉴비틀 카브리올레’(3890만 원)도 3000만 원대 컨버터블이다.
PT크루저 카브리오는 4인용으로 컨버터블답지 않게 넓은 실내공간이 특징. 트렁크 공간도 여유 있는 편이어서 여행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2400cc 직렬 4기통 엔진과 수동기능을 더한 오토스틱으로 운전하는 재미를 높였다.
미니쿠퍼 컨버터블과 뉴비틀 카브리올레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충돌테스트를 충족시켰을 만큼 안전성 면에서 으뜸이다.
포드의 머스탱(4200만 원), 푸조의 307CC(4650만 원), GM의 사브 9-3 컨버터블(5635만 원)도 비교적 ‘저렴한’ 컨버터블에 속한다.
이와 함께 GM대우와 폴크스바겐은 2007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G2X와 EOS를 올해 8월과 6월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1억 원대에 이르는 고가(高價) 컨버터블
재규어의 ‘XK 컨버터블’과 ‘XKR 컨버터블’은 각각 1억6700만 원과 1억7900만 원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컨버터블 가운데 가장 비싸다.
XK 컨버터블의 뼈대는 100% 알루미늄 소재를 써 경쟁차종에 비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우주항공기술인 ‘리벳-본딩’ 방식을 도입해 오히려 더 단단하다.
XK의 고성능 버전인 XKR 컨버터블은 속도 변화에 따라 연료 유입량이 민감하게 조절되는 AES(Active Exhaust System)를 적용해 가속 시에는 스포츠카다운 강한 배기음과 폭발적인 힘을 낸다.
렉서스의 ‘SC430’(1억1110만 원)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성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이다. 미국 자동차품질 조사기관인 JD파워의 2006년 내구성 품질조사에서 프리미엄 스포티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우디의 ‘A4 2.0 카브리올레’(7120만 원)와 볼보의 ‘C70’은 세단의 실용성과 컨버터블의 화려함을 동시에 갖췄다.
특히 C70은 차량 충돌 시 커튼식 에어백이 운전석과 조수석 양편에서 머리 높이까지 수직으로 솟구쳐 머리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BMW의 3시리즈 컨버터블과 ‘Z4 3.0si 로드스터’, 메르세데스벤츠의 SLK200과 SLK350도 7000만∼8000만 원대의 수준급 컨버터블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컨버터블:
지붕이 뚫려 있어 국내에서는 보통 오픈카라고 불리지만 컨버터블,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등이 좀 더 ‘세련된’ 명칭이다. 컨버터블(convertible)은 미국식 용어로 차의 지붕을 여닫을 수 있도록 ‘변환이 가능’하다는 뜻에서 따왔다.
반면 유럽에서는 카브리올레(cabriolet) 또는 로드스터(roadster)란 이름이 더 흔하다. 로드스터는 컨버터블 중에서도 2인승 스포츠카의 의미가 강한데 이탈리아에서는 거미를 닮았다는 뜻에서 ‘스파이더’라고도 불린다.
컨버터블은 지붕 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천 소재면 소프트톱, 금속이면 하드톱이라고 한다. 하드톱은 지붕만 닫으면 일반 승용차와 다를 바 없어 최근에는 소프트톱보다는 하드톱이 주를 이룬다. 버튼 하나로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전자동’과 일부 장치를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반자동’이 있는데 반자동은 소프트톱 차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