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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독도 한국주권 인정” 제언 세리타 겐타로 교수

입력 | 2007-04-19 03:01:00

국제 영해분쟁 관련 국제법학 권위자로 한국을 방문한 세리타 겐타로 일본 아이치가쿠인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는 “독도를 뛰어넘어 큰 그림을 보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개선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독도를 놓고 벌이는 한국과 일본의 영해(領海) 논쟁은 맞닿을 길 없는 평행선과 같다.

한국인 가운데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만든 일본 영토조항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가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 것은 지난해부터 시마네(島根) 현에서 우익단체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다케시마의 날’(2월 24일) 행사다. 여기에는 독도 주변에서 조업을 하는 두 나라 어업종사자의 이해 충돌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일본의 대표적 국제법학자가 “다케시마의 한국 주권을 인정하자”는 제언을 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일본 유수의 학술월간지 ‘주오고론(中央公論)’에 이 같은 요지의 기고문을 낸 세리타 겐타로(芹田健太郞·66) 아이치가쿠인(愛知學院)대 교수. 일본 외무성과 국제학계가 권위를 인정하는 저명한 국제법학자다.

비공개로 열린 해양법 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가 13일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대전대 법학과 이창위 교수가 통역을 겸해 자리를 함께했다(인터뷰 중에 언급한 ‘다케시마’는 일본인임을 감안해 표기를 그대로 살렸다).

―독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일본의 영해 다툼과 관련해 새로운 경계선 설정 방안을 제안했다. 어떤 내용인가.

“간단히 말해서 울릉도와 오키(隱岐) 섬의 중간선을 두 나라 영해의 경계로 삼자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다케시마는 자연히 한국 영해에 속하게 된다. 한국이 주장하는 ‘독도와 오키 섬의 중간선’, 일본이 주장하는 ‘울릉도와 다케시마의 중간선’을 절충한 대안인 셈이다.”

―그런 제안이 적당한 절충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나라는 어업협정을 맺었지만 배타적 경계수역의 기준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주장하는 경계의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영해 경계 협의에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예를 찾기 힘들 만큼 복잡한 역사적 사연이 개입된다. 어느 한쪽이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더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 안에서 두 나라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해답은 결국 일본이 다케시마를 포기하는 길뿐이다.”

―일본 측이 그런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2005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이상 한국인의 94%가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고 생각한다. ‘전쟁 불사’ 얘기까지 나오는 판에 원만한 타협이 이뤄질 리 없다. 한국이 거부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일본이 독단적으로 강행한다면 두 나라 외교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다케시마를 포기해서 일본이 감수할 손해보다는 장기적으로 얻을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무조건 과거의 감정부터 앞세우지 말고 더 넓고 냉정한 시각으로 국제 관계를 바라봐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학술지에 글이 게재된 후 일본 내 반응은 어땠나.

“글을 발표하기 전에는 아무래도 가족의 신변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교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지역에 대해 상대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자는 제안이다 보니 발표를 만류하는 지인도 있었다. 극우 세력의 위협이 있을까 봐 솔직히 두려웠던 게 사실이다. 일 때문에 외무성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편이라 좀 껄끄러운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발표 후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의외로 외무성 내부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다케시마라는 하나의 섬이 갖는 가치에 비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우호적 관계가 가져다 줄 이익이 더 크다는 의견이 소수지만 분명히 있다.”

―언제부터 독도를 중심으로 한 두 나라의 영해 문제를 연구했나.

“다케시마 영유권에 얽힌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주목한 지는 벌써 35년이 넘었다. 2002년에 낸 책 ‘일본의 영토’에서는 다케시마를 환경보호구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1990년대 초반 신문에 기고한 칼럼 내용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일본이 한 발짝 더 물러나서 두 나라 사이의 다툼을 해결 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국 정부의 최근 영해 문제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마네 현 ‘다케시마의 날’에 적극 동조하는 주축은 지역 어민이다. 불명확한 해역 경계 때문에 어업 현장에서 두 나라 어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해 경계 협의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두 나라 정부가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두 나라 관련 학자들의 연구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교류도 늘 희망해 온 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세리타 겐타로▼

△1941년 중국 만주 출생 △1963년 일본 교토대 법학부 졸업, 1966년 동 대학원 법학연구과 박사과정 중퇴 △1972년 고베상선대 상선학부(현 고베대 해사과학부) 교수 △1981년 고베대 법학부 교수, 1993년 동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 △1997∼2003년 국제인권법학회 이사장 △2004년 아이치가쿠인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