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부터 한 달간 휴가를 보낼 것을 생각하니 야근도 힘들지 않다.”
17일 밤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 레닌스키 대로에 있는 유럽계 피자 가게에서 에두아르드 옙투셴코 씨는 옆의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이 여성은 “나도 그렇게 휴가를 떠나고 싶은데 사장과 얘기가 잘 통할지 모르겠다”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5월 1일은 러시아 노동절로 휴일이다. 이날부터 한 달 이상 휴가를 떠나는 근로자가 유난히 많다.
여름이 짧은 러시아에서 장기간 휴가를 꼬박 챙기는 풍습은 60년 전에 생겨났다는 것이 대다수 러시아인의 얘기다.
스탈린 1인 독재 체제가 뿌리 내렸던 1947년 5월 1일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당과 정부에 소속된 지도원들의 근로 및 휴식 규칙’을 내놓았다. 당시 이 위원회는 “지도원들의 건강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고 선언하면서 매년 한 달간 의무적으로 휴가를 갈 것을 명령했다.
중앙위원회는 또 공휴일에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휴가 때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하기도 했다.
요즘 러시아에서 이런 제도를 기억하거나 체험한 사람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 같은 풍습은 옛 소련 붕괴 뒤에도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됐다.
모스크바에 사무실을 연 한 한국기업 지사장은 “여름철 인력 공백으로 애를 먹는 외국 기업이 많다”며 “일이 늘어나면 휴가철에 임시직 종업원을 따로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