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라는 것이 자신을 버리고 살아야 하는데 상을 받고 나니 내 마음에 털이 나고 머리에 뿔이 돋아 짐승이 된 기분입니다.”
무산(霧山) 조오현(75·사진) 스님이 제19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수상작은 계간 ‘시와시학’ 2007년 봄호에 발표한 ‘아득한 성자’.
경남 밀양 출신인 스님은 196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심우도’ ‘벽암록역해’ 등의 작품집을 낸 시조 시인이다.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 회주로, 백담사 ‘만해마을’을 만들고 ‘만해상’을 제정하는 등 승려 시인 만해 한용운을 널리 알리는 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상작은 ‘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와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은’ 스스로를 비교한 작품으로, “순간에서 영원을, 영원에서 순간을 읽어내는 깨침을 보여 준다”(평론가 김재홍)는 평을 받았다.
고은 시인은 심사평에서 “벽에 그림을 그려 두었더니 그 그림이 살아나서 그린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게 되다니! 안개 자욱한 내설악, 안개 걷힌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게 되다니! 과연 오현음(五鉉吟)의 높이로다”고 말했다.
김남조 시인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조오현 스님의) 스승이고 동문임에 틀림없다”며 “짧은 생애의 풍요로운 충족을 읊고 있어 충격적이고 시의 지평 확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지용 문학상은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했다. 상금은 1000만 원이다. 박두진 김광균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정호승 시인이 이 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용제가 열리는 5월 12일 충북 옥천군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