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 1월에 걸쳐 에티오피아 군이 소말리아를 침공해 이슬람급진세력(이슬람법정)을 거의 쫓아냈다. 당시 나는 칼럼에서 ‘소말리아에서 이슬람법정을 무너뜨린 뒤 실효적인 정부를 세울 수 있을까, 정부 구축에 실패하면 소말리아의 혼란이 부활하고 새로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안타깝게도 3개월도 채 안 돼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 3월 분쟁이 재연됐고 4월 초에만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난 뒤 이슬람법정 세력이 수도 모가디슈를 거의 탈환했다. 평화협상이 시작됐지만 이슬람법정은 에티오피아 군이 완전 철수할 때까지 무력투쟁을 계속한다는 계획을 바꾸지 않고 있다. 유엔은 올 2월 이후 이미 20만 명이 모가디슈를 도망쳐 나와 난민이 된 것으로 추산한다.
소말리아 주민에게는 이슬람법정 쪽이 군벌세력보다 더 가까우며 군벌이나 외국을 움직여 봤자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이슬람법정이 정말 주민의 편인가,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처럼 민중을 이전보다 더 억압하고 비탄에 몰아넣는 존재가 아닌가.’ 이 같은 우려는 외국군에 대한 증오 탓에 뒷전에 놓이는 것 같다.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가 선거에 승리하고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세력이 지지를 얻는 것처럼, 밖에서 보면 ‘테러리스트 예비군’으로 보이는 이슬람 급진세력이 현지인에게는 군벌이나 외국군보다 믿음직한 존재인 것이다.
소말리아뿐만 아니다.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에서는 반정부세력과 정부군의 전투에서 이미 4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나왔지만 전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유엔 주도로 평화유지활동이 계획되자 수단 정부는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에 앞서 대규모 소탕작전을 전개했다. 다르푸르의 경우 희생자의 대부분이 기독교도라는 점도 작용해 미국이나 유엔에서도 수단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반복됐다. 그러나 말은 격렬해도 장기적으로 관여하려는 의지를 가진 나라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다르푸르 위기는 이미 이웃 나라 차드의 내전과 연결돼 버렸다. 다르푸르에서 많은 난민이 흘러든 차드와 수단 사이 국경에서 분쟁이 빈발하면서 수단 정부가 차드의 반정부게릴라를 지원하고 차드 정부는 이에 대항해 수단의 반정부세력을 지원하는 바람에 내전과 (국가 간) 전쟁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수단 정부는 그제야 유엔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였으나 이런 자세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문 듯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르완다 내전, 콩고민주공화국 내전과 그 뒤 주변 각국의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개입, 그리고 다르푸르 이전부터 반복돼 온 수단 내전…. 1990년대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파탄국가들이 출현해 이라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낳고 있다. 현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분쟁이 전개되고 있는 곳은 동아시아도 중동도 아닌 아프리카인 것이다.
이 같은 비참한 분쟁을 접하고도 ‘아프리카는 항상 그러니까’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데서 분쟁이 일어나고 난민이 생기며 사람들이 죽어가도 자신의 생활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계로부터 버려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급진사상이 수용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국제적 무관심에 의해 버려진 공백 속에서 탈레반 정권이 생겨나고 알 카에다 거점이 세워졌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현대 세계에서는 ‘잊혀진 사람들’의 ‘잊혀진 분쟁’이야말로 국제적 불안정을 키운다. 아프리카의 해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