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三菱) 상사가 사장 인재를 육성해 출자 기업에 내보내는 독특한 경영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가 40대 사장을 쏟아 내며 ‘사장 사관학교’로 뜨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고지마 요리히코(小島順彦) 사장이 취임해 경영자 육성에 힘을 쏟으면서부터. 이 때문에 이 회사 출신 사장들은 ‘고지마 칠드런’이라 불린다.
‘칠드런’을 향한 첫 관문은 입사 직후 신입 사원 연수에서 시작된다. 신입 사원들은 약 한 달 반 동안 무역실무, 재무회계의 기초를 배우고 영어와 중국어 실력도 갈고닦는다. 예전에 중국어를 전혀 몰랐어도 최소한의 일상회화는 가능한 수준을 갖춰야 한다.
두 번째 관문은 20대 후반에 찾아온다. 매년 5∼10명을 뽑아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라며 유학을 보낸다. 국내외 인맥을 구축하고 경영 지식을 폭넓게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종 관문은 2003년 문을 연 ‘경영숙(塾)’이다. 40대 중후반 부장급이 대상. 강사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초대한다.
경영숙에서는 1989년 소니사의 컬럼비아픽처스 매수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교재로 ‘매수해야 했나, 미루는 게 나았나’를 묻는 등 경영자로서의 판단력을 갈고닦는 연습을 반복한다. 청강생은 팀을 이뤄 주말을 이용해 약 3개월간 논의를 거듭한 뒤 보고서를 작성한다.
경영숙의 청강생은 4년간 약 100명. 이 중 이미 10여 명이 출자기업 사장으로 나갔다.
미쓰비시 상사가 이렇게 연수에 쓰는 비용은 연간 20억∼30억 엔에 이른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예산은 무제한”이라며 연수를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2007년 3월 결산기 세후 수익만 4000억 엔(약 3조 원)을 거둔 이 회사가 이처럼 인재 육성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구조가 변하면서 미래 실적을 염두에 두게 된 때문이다. 예전에는 수출입에서 얻는 수수료가 상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대가 되면서 사업 투자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게 된 것.
이에 따라 1996년 567개였던 연결대상회사(자회사)는 2006년 1023개로 급증했다. 이 중 상장기업 13개사를 비롯해 270개사에 사장을 보냈다.
고지마 사장은 “자회사에 가는 것을 좌천으로 생각한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는 언제나 칠드런이 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사원이 많다”고 자랑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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