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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4년만에 낙태권 첫 축소

입력 | 2007-04-20 03:00:00


미국 연방대법원은 18일 ‘확장 후 추출 절단(dilation and extraction)’ 방법을 통한 임신 중기의 태아 유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부분출산 낙태금지법’을 합헌으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사건으로 확립된 여성 낙태권의 내용을 처음으로 축소시킨 판결로 보수적인 ‘존 로버츠 대법원’의 향후 진로를 가늠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찬성 5표 대 반대 4표로 “2003년에 제정된 부분출산 낙태금지법은 여성의 낙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는 중도파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원 판사가 사임한 후 그 자리를 차지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원 판사가 찬성표를 던진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코너 대법원 판사는 7년 전 비슷한 주(州)법에 반대표를 던져 위헌 판결을 이끈 바 있다.

‘로 대 웨이드 사건’은 임신 12주까지(초기)는 낙태권을 전적으로 보장하고 12주부터 24주까지(중기)는 낙태 제한을 허용하되 24주 이후(후기)에는 낙태를 전적으로 금지한다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임신 중기에 자궁을 확장해 태아의 대부분을 산모의 체외로 끄집어낸 뒤 낙태시키는 방법을 금지한 것이다. 태아의 일부만 남겨두고 끄집어낸다는 점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은 ‘부분출산’이란 이름이 관련법에 들어갔다.

이 판결은 낙태 시행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낙태 방법 중 하나를 금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 의견에 ‘낙태의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강조된 점이 주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부터 낙태 반대론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질 경우 전반적 낙태 금지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부분출산 낙태금지법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후 통과된 법이어서 이번 판결은 부시 행정부 측의 승리로 기록됐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