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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동정민]靑‘비선 접촉’ 당사자 출입기록 왜 감추나

입력 | 2007-04-20 03:00:00


“청와대 출입과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기록 요구가 아니라 단순한 사실 확인을 위해 개인의 출입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제출이 어렵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17일 대통령비서실에서 이런 요지의 A4 용지 한 장짜리 답신을 받았다. 김 의원이 2일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씨,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청와대를 방문한 일자와 면담자, 배석자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김 의원이 같은 당 소속 운영위원을 통해 자료 요청을 할 당시는 본보 자매지인 주간동아가 안 씨의 중국 베이징(北京) 대북 비밀접촉 사실을 특종 보도한 이후 정부의 대북 비선접촉 및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때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보름 만에 보낸 답신에서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이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았고, 안 씨가 자기는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술을 마시는 사이라고 했다는 대북 사업가 권오홍 씨의 비망록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또 민간인인 문 씨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그의 청와대 방문일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는 ‘단순한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청와대 출입 사실 확인을 통해 ‘청와대 출입과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려는 의도를 ‘단순한 사실 확인’ 차원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대북 비선접촉에 따른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혹 및 노 대통령의 친서 전달 의혹의 출발점은 이들의 청와대 출입이다.

더구나 국정 감시를 위해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자료 제출을 개인적 호기심 해소 차원의 ‘단순한 사실 확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와대는 자료 제출 거부의 또 다른 이유로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 침해’를 들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문 씨 및 안 씨를 둘러싼 이번 의혹은 ‘사생활’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국정 감시를 위해 국회의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한 청와대의 오만한 논리는 삼권분립 원칙과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는 것이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